동정호소식

洞庭湖 금붕어와 婚姻

이찬조 2018. 4. 16. 21:20

동정호 금붕어와 혼인

洞庭湖-婚姻

지역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출처 디지털하동문화대전-「동정호 금붕어와 혼인」

정의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에서 동정호와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동정호 금붕어와 혼인」은 하동군 악양면에 있는 동정호에서 전승되는 「우렁이 각시 민담」과 유사한 이야기이다. 용왕의 딸로서 벌을 받아 금붕어가 된 처녀와 혼인을 한 총각이 아내를 탐하는 원님과의 장기 내기에서 파리로 변신한 아내의 덕택으로 이겨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동물담이면서 변신담이자 신이담이기도 한다.

 

채록/수집 상황

2004년 하동군 각지에서 채록·수집한 설화 자료를 중심으로 하동향토사연구위원회가 집필하여 2005년 하동문화원에서 발행한 『하동의 구전설화』의 153~155쪽에 실려 있다. 「동정호 금붕어와 혼인」은 악양면 조사위원 이승재가 현지에서 채록한 것이다. 이와 유사한 이야기인 「가난한 총각과 자라」가 1986년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발간한 『한국구비문학대계』8-14의 530~532쪽에 수록되어 있다. 이는 1984년 7월 20일 김승찬·강덕희 등이 현지 조사를 나가 하동군 악양면 정서리 주민 이성의[남, 69]에게서 채록한 설화이다. 이는 가난한 총각이 말하는 자라를 얻고 소문이 나서 부자가 되었는데, 그 자라를 임금에게 뺏기고 집에 돌아오니 집은 기와집으로 바뀌고 부귀영화를 누리며 잘 살았다는 이야기이다.

내용

 

1. 효자 어거리 총각

옛날 악양 동정호 부근에 노모를 모시고 가난하게 살아가는 어거리 총각이 있었다. 그는 동정호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며 노모를 극진히 봉양하여 주위에서 효자라는 말을 듣고 살았는데 노모가 시들시들 노환(老患)을 얻어 자리에 눕게 되었다. 장가도 아직 못간 효자 어거리 총각은 사방으로 의원을 찾아다니면서 노모의 병을 고치고자 애를 썼으나 어느 날 노모는 저세상으로 가고 말았다.

어머님 생전에 효를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깊은 시름에 빠져 하루에도 세 번씩 묘소를 찾아 통곡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현몽하기를 날마다 돌아가신 어머님을 생각만하고 있으면 그것이 불효이니 내일부터 섬진강에 나가 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라는 말을 남기고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소스라치게 놀라 꿈에서 깨어 집밖을 살펴보고 고기를 잡아서라도 생계를 이어야겠다는 결심에 고기 잡는 채비를 하여 동정호에 가서 고기를 잡고 있는데 그날따라 고기가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아 오늘은 허탕이구나 하고 그물을 당겨 집으로 오려고 하였다. 그때 묵직한 것이 그물에 걸려 그을리는 것을 느껴 그물을 끌어 올려보니 큰 금붕어 한 마리가 걸려 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객점(客店)에 넘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집에서 요리해 먹기도 아까워 부엌에 있는 물통에 넣어 두고 날마다 물을 갈아주곤 했다.

 

2. 금붕어 처녀와 혼인

그러던 어느 날 남의 집에 날품을 팔고 집에 와 보니 집안이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고, 오막살이 방에 들어가니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지 않은가! 참으로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배고픔에 모처럼 포식을 했다. 다음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또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었다. 누가 이렇게 밥상을 차려놓는지 궁금하여 하루는 날품팔이 가는 척 하고 집 주위에 숨어서 망을 보고 있었다.

오시(午時)가 되자 주방에 있던 금붕어가 퍼드덕하고 뛰더니 예쁜 처녀가 되어 하늘을 향해 주문하니 쌀이 앞치마에 쏟아지고, 그 쌀로 밥을 짓고 밥상을 차려 방안에 가져다 놓고는 다시 금붕어로 변하여 물통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날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고 밥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 다음날도 일하러 가는 척하고 근처에서 망을 보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금붕어가 처녀로 변해 밥을 짓고 상을 차려 방안에 들여놓으려 하지 않는가! 그 찰나 살그머니 덤벼 가서 처녀의 허리를 잡았다.

급기야 변신하지 못한 금붕어 처녀가 소스라치게 놀라 뒤돌아보니 어거리 총각이라 이 일의 사연을 들어본 즉, 그 금붕어는 동정호 금당에 있는 용왕의 딸로 잘못을 저질러 왕궁에서 쫓겨나 동정호에서 고기를 잡아 먹고사는 효자 어거리 총각의 집에 가서 살라는 명을 받고 그날 그물에 걸려 왔다고 하는 것이다.

 

3. 원님의 욕심

어거리 총각이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와 살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 원님의 귀에까지 들리게 되었다. 원님은 어거리 총각을 불러 그간의 사연을 듣고 참으로 기이한 일이어서 그 천하절색 미인을 차지하고자 하는 욕심이 일어 어거리 총각에게 내기를 제안했다.

다가오는 보름날에 장기를 두어 원님이 이기면 총각의 색시를 본관에게 주고, 총각이 이기면 수십 두락의 농토를 그대에게 주겠노라고 했다. 총각은 어쩔 수 없이 약조(約條)를 하고 집에 돌아와 색시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였더니 색시는 장기판을 가져오라고 했다. 몇 수를 가르치니 행마(行馬) 정도는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르기를 장기를 둘 때 파리 한 마리가 장기판에 날아다닐 테니 파리가 앉는 곳마다 말을 쓰라고 일렀다.

약속한 보름이 되어 원님과 장기를 두기 위해 동헌(東軒)에 당도하니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원님과 마주 앉아 장기를 두는데 난데없이 파리 한 마리가 날아와 장기 알에 앉았다가 또 다른 데로 옮기지 않는가! 총각이 파리가 앉는 곳을 따라 계속 말을 쓰니 얼마 가지 않아 원님이 장기 알을 내려놓고 말았다. 장기에 지고 난 원님은 주변 관원들의 이목이 겁이 나서도 약조를 지켜 총각에서 농토 수십 두락을 주었다는 것이다.

 

모티프 분석

「동정호 금붕어와 혼인」의 주요 모티프는 ‘금붕어로 변신한 용왕의 딸과 결혼한 효자’, ‘파리로 변한 색시의 도움으로 내기에서 이긴 총각’ 등이다. 「동정호 금붕어와 혼인」에서 가난하고 혼인도 못한 총각이 용왕의 딸인 금붕어 처녀와 혼인하는 모티프는 민담 「우렁이 각시」의 변형담이라고 할 수 있다. 총각이 집을 비운 사이 진수성찬을 차려 놓고 총각이 집에 오면 금붕어로 변하는 것, 총각이 금붕어 처녀가 변신하는 것을 목격하고 혼인하게 되는 것, 원님이 시기하여 처녀를 뺏으려고 하는 것 등에서 「우렁이 각시」의 화소와 비슷하며, 이야기의 구조와 상징 또한 유사하다.

민담을 정신 분석학적으로 해석할 때 「우렁이 각시」에서 우렁이 각시는 오이디푸스 이전기의 어머니를 상징하며, 총각이 임금이나 원님을 물리치고 우렁이 각시와 혼인하여 행복하게 사는 것은 어머니와 결합하고자 하는 무의식적 소망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한다. 「동정호 금붕어와 혼인」에서 어거리 총각은 극진한 효자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하던 일마저 손을 놓고 있다. 총각에게 어머니의 부재가 금붕어 처녀로 대체되어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되는 것은 오이디푸스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우렁이 각시」 설화의 경우 단순형은 우렁이 각시와 총각이 잘 살았다고 끝난다. 반면에 복합형은 아내를 걸고 내기를 하는 시합형, 비범한 배우자를 둔 주인공에게 혼사 시련을 거치게 하는 새털형, 원님이 각시를 데려가자 주인공은 죽어 새가 되거나 각시는 원님과 잘 살거나 혹은 총각을 따라 죽는 원혼형 등이 있다. 「동정호 금붕어와 혼인」은 원님의 아내 내기 시합이라는 화소가 들어간 복합형으로 볼 수 있다.

 

「우렁이 각시」와 비교해 볼 때 우렁이 각시가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키지 말라는 금기가 주어진 반면, 「동정호 금붕어와 혼인」에서는 금기가 없다. 오히려 소문이 나는 것은 당연하고, 원님이 각시의 소문을 듣고 시기하는 것은 마땅한 일로 여기게 한다. 이는 금붕어 처녀가 원님의 내기 장기에서 총각을 도와 이기게 하여 자연스럽게 행복한 결말로 이끌게 한다.

「동정호 금붕어와 혼인」은 악양면 동정호에 전승되는 전설이지만 이야기는 「우렁이 각시」와 유사한 광포전설이다. 가난하고 결혼도 하지 못한 총각에게 결혼이라는 결핍 요소는 이야기의 출발이며, 아내 내기라는 시련을 겪고 성숙한 뒤 행복한 결혼이라는 결말을 맺게 된다.

출처: 향토문화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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