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국지 (37) 패공(沛公)이 된 유방
여문 노인은 하루에 두 명의 사위를 한꺼번에 얻게 된 것이 크게 기뻐서 유방과 번쾌의 손을 붙잡고 감격 어린 어조로 말했다.
"자네들도 잘 알고 있다시피 시황제가 죽은 뒤에 호해(胡亥)가 황제로 등극 하였으나, 그자는 황제의 재목이 못 되는 인물이야. 그러니까 지금은 천하의 주인이 없는 셈이지. 그러므로 누구든지 덕이 높고 백성을 사랑하는 지극한 사람이 들고 일어나면 일약 천하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일세. 그런데 유방 자네는 덕(德)과 용(勇)을 겸비한데다가 제왕지상(帝王之相)까지 하고 있고, 번쾌 자네는 제왕지상은 못 되어도 출장입지상(出將入相之相)이 분명하므로, 자네들 두 사람이 뜻을 같이하면 천하를 얻기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닐 걸세. 나는 장인으로서 간곡히 부탁하노니, 자네들 두 사람은 부디 마음을 모으고 힘을 합하여 도탄 속에서 허덕이는 백성들을 태평성대로 구출해 주기 바라네."
번쾌가 그 말을 듣고 즉석에서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저는 시황제가 죽고 나자, 이 나라의 주인이 될 만한 어른을 찾아다니다가 결국은 유 대인을 찾아오게 되었던 것이옵니다. 게다가 유 대인과 동서지의(同壻之義)까지 맺게되었으니, 이제부터는 유 대인을 주공(主公)으로 모시며, 천하를 얻는데 전력을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유방은 그 말을 듣고 번쾌의 손을 힘차게 움켜잡으며 말했다.
"오오! 그대가 부족한 나를 이처럼 생각해 주니 이렇게 영광스러운 일이 없네그려. 그러나 부덕(不德)한 나 같은 사람이 <주공>이 된다는 것은 너무도 주제넘은 일일세. 그러나 나는 사리사욕을 떠나서 오로지 도탄 속에서 허덕이는 백성들을 구출 하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 잡는데 애써 볼 것이니, 자네도 나와 함께 힘을 기울여 노력하여 보세.
그러자 번쾌가 말하는데,
"계급 관계를 떠나서 오로지 구국 제민(救國濟民)하는 깨끗한 마음으로 일해 보자는 그 말씀은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큰일을 도모하려면 명령 계통이 확립되지 않아서는 안 되는 법이옵니다. 그러므로 오늘부터는 형님을 주공으로 모시고, 매사를 형님의 명령에 따라 행동할 것이옵니다. 그러하오니 형님께서는 주공의 중책을 기꺼이 수락(受諾)하시옵소서."
여문 노인은 이 광경을 지켜보고 소리를 내어 감탄한다.
"오오! 군신지의(君臣之義)가 벌써부터 아름답구나."
번쾌가 유방에게 다시 말한다.
"저에게는 생사를 같이할 동지들이 많사온데, 그들도 형님을 만나 뵈면 무척 기뻐할 것이옵니다."
"생사를 같이할 동지들이 많다니, 그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을 일일히 열거하려면 한이 없으므로 가장 중요한 동지 두 사람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한 사람은 소하(蕭何)라 하옵고, 또 한 사람은 조참(曺參)이라 하옵니다."
"그들 두 사람은 지금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
"모두가 현청(縣廳)에서 주리(主吏)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이옵니다."
유방은 그 대답에 적이 실망하며 말했다.
"뭐야?
관록(官祿)을 먹고 살아가는 사람과 천하대세를 함께 도모하자는 말인가? 그 사람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권력 앞에서는 충견(忠犬)이나 다름없는데, 그런 사람들과 어떻게 천하대세를 도모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번쾌는 자신 만만한 어조로 이렇게 말하였다.
"그 점은 조금도 염려 마시옵소서. 소하와 조참은 비록 관록을 먹고 살아오기는 하오나, 진시황의 강압 정치에는 옛날부터 이를 갈아 오던 희대(稀代)의 지사(志士)들 이옵니다."
"비록 관청에 공무원의 신분이지만 믿을 만한 동지들이란 말인가?"
"물론입니다. 천하의 대세를 도모하는 데 제가 어찌 믿지 못할 사람들과 손을 잡겠습니까. 소하와 조참은 지략이 풍부하고 경륜이 웅대하여, 모두가 일국의 재상 재목들이옵니다. 제가 그들로 하여금 형님을 찾아뵙도록 이르겠습니다."
"자네가 그토록 신임하는 인물들이라면 나도 기꺼이 만나 보기로 하겠네."
두 사람의 대화가 거기에 이르자, 이번에는 여문 노인이 미소를 지으며 유방에게 말했다.
"아랫사람은 윗사람이 쓰기에 따라서 졸장부를 대장부로 만들 수도 있고, 대장부를 졸장부로 전락시킬 수도 있는 법이네. 그러므로 윗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은 아랫사람들을 전적으로 신임하고 독려하여, 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해 줘야 하는 법이네. 내가 듣기로 소하와 조참은 범인(凡人)이 아닌 것 같으니, 조속한 시일 안에 예를 갖추어서 그들을 꼭 만나 보도록 하게."
"장인어른의 귀하신 말씀 깊이 명심하고, 꼭 실천에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유방과 번쾌는 술을 나누며 환담을 하다가 석양 무렵에는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왔다. 그리하여 두 사람이 나란히 길을 거닐고 있노라니까, 저 멀리 5백 여명의 노역부들이 관리에게 끌려가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유방은 그들을 보자 분노의 빛이 솟구쳐 올랐다.
"아니, 진시황이 죽은 지가 언제인데 저놈들은 아직도 노역부들을 잡아가고 있는 것이야! "
번쾌도 분노를 일으키며 말했다.
"진시황이 죽은 지가 오래건만, 그의 망령(亡靈)이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 남아서 백성들을 여전히 괴롭히고 있단 말인가! "
그러면서 유방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형님! 인솔자를 죽여버리고 저 사람들을 해방시켜 주면 어떻겠습니까? "
"그렇치 않아도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하던 중이네, 지금이 어느 때라고 아직도 백성들을 노역부로 잡아간다는 말인가!"
유방은 그 말을 함과 동시에 인솔자 앞으로 다가가서,
"당신은 무슨 이유로 이 사람들을 잡아가오? "
하고 시비조로 따져 물었다.
인솔자는 유방을 아니꼬운 눈매로 째려보면서,
"이 사람들을 잡아가거나 말거나 당신이 무슨 상관이오. 관가에서는 이 사람들을 데려다가 여산(驪山) 시황제 능묘(陵墓) 치산 공사(治山工事)를 시키려는 것이오." 하고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시황제가 죽은 지 한참이 되었는데, 아직도 노역부들을 강제로 끌어가느냐 말이오?"
"뭐야? 네놈이 어떤 놈이데 함부로 불경스러운 말을 씨부려대느냐! 네놈이 내 손에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나는 모양이구나."
인솔자는 버럭 화를 내면서 금방이라도 목을 칠 듯이 칼을 뽑아드는 것이 아닌가.
유방은 번쾌에게 고갯짓을 해보이며 말했다.
"누가 누구의 손에 목이 날아가는지 한번 볼까?"
유방의 입에서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번쾌는 번개같이 덤벼들어 인솔자를 한 주먹에 날려 버렸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번쾌의 쇠망치 같은 주먹 한방에 나가떨어진 인솔자는 그 자리에서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형님! 인솔자를 죽여 없앴으니, 이제는 형님께서 저 사람들을 집으로 돌려보내 주십시오."
유방은 노역부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말했다.
"시황제가 죽었는데도 불구하고 당신네들을 노역부로 징발해 온 것은 관리들의 커다란 잘못이었소. 이제 인솔자를 죽여 없앴으니, 당신네들은 마음 놓고 집으로 돌아가 생업에 종사하도록 하시오. 이후에도 당신네들을 괴롭히는 자가 있으면 내가 목숨을 걸고 당신들을 도와주겠소."
한번 끌려 나가면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 줄 알고 있었던 노역부들은, 너무도 뜻밖의 구원에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유방에게 묻는다.
"선생은 누구시길래 저희들을 이처럼 사지에서 구출해 주시옵니까?"
그러자 번쾌가 썩 나서며 대답했다.
"이 어른으로 말하면, 사지에서 허덕이는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 유방 장군이시다.
금후에도 너희들을 괴롭히는 자가 있으면 언제든지 유방 장군을 찾아오라. 장군께서는 기꺼이 너희들의 구세주(救世主)가 되어 주실 것이다."
유방은 노역부들을 해방시켜 주고, 번쾌와 함께 집으로 돌아와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하였다.
두 사람은 한결 같이 두주불사(斗酒不辭)하는 호주가(豪酒家)여서, 마셔도마셔도 취할 줄 몰랐다.
번쾌는 술을 마셔가며, 유방에게 말했다.
"형님께서 천하의 주인이 되시려면, 우선 우리가 활동할 수 있는 근거지부터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패현(沛縣)의 현령(縣令)이라는 자는 학정을 저질러 인심을 잃고 있으니, 그자를 쫒아내고, 형님께서 우선 그 자리에 올라앉으시면 어떻겠습니까?"
유방이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큰일을 도모하려면 근거지를 마련할 필요는 있지만, 그러나 현령을 쫒아내기가 쉬운 일이겠나?"
"현청(縣廳)에는 소하와 조참이 있으니까, 그들과 의논하면 현령 하나쯤 죽여 없애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옵니다."
"동지들을 되도록 많이 규합해야 하겠지만, 사람을 함부로 죽이는 것은 삼가 하여야 할 일이네."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바로 그때에 문득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유방과 번쾌가 함께 나가 보니, 대문 밖에는 난데없는 장정 10여 명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대들은 웬 사람들인가?"
그러자 장정들은 유방과 번쾌를 향하여 일제히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린다.
"저희들은 오늘 장군님께 구원받은 노역부들이옵니다."
"아, 그래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 밤중에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는가?"
"장군님께서 도탄 속에서 허덕이는 백성들을 구출해 주신다고 말씀하셨기에, 저희들은 장군님의 부하가 되고자 이렇게 찾아온 것이옵니다. 저희들은 신명을 기울여 장군님께 충성을 다할 것이오니, 부디 부하로 받아 주시옵소서."
유방은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뻤다.
"자네들이 나를 따르겠다면, 내 어찌 그대들의 호의를 마다하겠는가. 그러면 안에 들어가 술이나 마시면서 애기하세."
유방은 장정들을 방안으로 데리고 들어와 술을 한잔씩 나눠 주며 물었다.
"자네들은 모두 몇 명이나 되는가? "
"이 자리에 온 사람들은 10명뿐이오나, 저희들과 뜻을 같이하는 동지는 50명이 넘습니다. 그들도 함께 장군님 뜻에 따를 것이옵니다."
"고맙소."
이리하여 유방은 졸지에 일약 60여 명의 부하를 거느리는 수령이 되었다.
수령이 된 이상 부하들을 먹여 살리는 책임을 피할 길이 없었다. 그러나 항산(恒産)이 없는 유방으로서는 장정 60여명을 먹여 살린다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다.
사정이 딱하게 되자, 번쾌가 해결책을 들고 나왔다.
"형님! 이러다가는 부하들을 굶기게 생겼습니다. 패현 현령의 자리를 속히 빼앗아 해결해야 합니다."
유방이 번쾌에게 말했다.
"부하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현령의 자리를 우리가 빼앗아야 한다는 말에는 나도 수긍이 가네. 그러나 60여 명에 불과한 부하들만 가지고 어떻게 현령의 자리를 빼앗을 수 있겠는가?"
"그 점은 염려 마시옵소서. 제가 빠른 시간에 소하와 조참을 이곳으로 비밀리에 불러다가 계략을 꾸며 보겠습니다."
이튼 날, 번쾌는 소하와 조참을 유방에게 소개시켰다. 소하가 유방에게 공손히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유 장군님의 말씀은 번쾌 동지를 통해서 자세히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저희들은 진작부터 많은 동지들을 규합해 놓고, 유덕(有德)하신 어른께서 세상을 바로잡아주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만약 유 장군께서 정의의 기치(旗幟)를 높이 들고 일어나시면, 저희들은 즉각 호응하여 궐기하겠습니다."
"고마우신 말씀이오. 그러나 패성(沛城)을 점령하려면 무력(武力)이 있어야 할텐데, 나에게는 훈련을 받지 않은 60여 명의 장정만이 있을 뿐이니 이 일을 어떡하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수일 안으로 다량의 무기를 보내 드릴 테니, 장군께서는 장정들에게 군사 훈련을 시급히 시켜 주십시오. 훈련만 잘 시켜 놓으면 60명도 대단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잘 알겠소. 무기를 꼭 좀 부탁하오."
"염려 마십시오. 장정들에게 훈련을 잘 시켜가지고, 밖으로부터 현청을 공격해 오고, 안에서는 저희들이 호응해 나가면 현청을 점령하기가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유방의 입장에서는 60명의 병력만으로 큰일을 일으키기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소하 동지 ! "
"예, 무슨 말씀입니까 ?"
"힘으로 대결하기에는 우리 군사의 수가 적으니, 어떤 계교를 써 가지고 패성을 무혈점령할 방도는 없겠소?"
"무혈점령이오? 참으로 좋으신 생각입니다. 싸우지 아니하고 점령만 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소하 동지는 지략이 풍부하신 분인 줄로 알고 있으니,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계책을 한번 생각해 주시오."
"알겠습니다."
소하는 눈을 감고 오랫동안 깊은 침묵에 잠겨 있더니, 눈을 번쩍뜨면서 손바닥을 마주쳤다.
"좋은 계교가 떠올랐습니다."
"어떤 내용이오?"
"장군께서 현청을 무력으로 점령하려고 하실 것이 아니라, 현령에게 보내는 무시무시한 격문(檄文)을 화살에 매달아 성안으로 쏘아 들여 보내십시오. 그러면 현령은 공포에 떨게 될 것이고, 백성들은 억울하게 죽지 않으려고 성문을 자기네의 손으로 열어 줄 것이옵니다. 그렇게 되면 싸움을 아니하고 성을 점령할 수가 있을 것 아니옵니까?"
유방은 감탄의 무릎을 치며 소하에게 말한다.
"소하 동지는 과연 천하의 모사(謀士)이시오. 그 격문은 소하 동지 외에는 아무도 쓸 만한 사람이 없으니, 수고스럽지만 그 격문도 동지가 써 주시면 고맙겠소이다."
"그러면 장군님 명령에 따라 소생이 격문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소하는 즉석에서 다음과 같은 격문을 썼다.
<패현령은 보아라!
천하는 진나라의 가혹한 학정에 시달린 지가 너무도 오래 되어 각지의 영웅호걸들은 도탄에 허덕이는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저마다 궐기를 하고 있다. 이에 나 유방은 혼돈한 세상을 두고 볼 수가 없어 드디어 정의의 기치를 들고일어났다. 그리하여 공의(公義)에 의하여 패주(沛主)가 되어 천하 대세를 도모하고자 하는 터이니, 현령은 목숨이 아깝거든 성문을 열고 조속히 항복하여 성안의 백성들을 전화(戰火)에서 구하도록 하라. 만약 천명에 순응치 않는다면 그대는 삼족이 멸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무고한 백성들도 무참히 희생될 것이니 만의 하나라도 후회를 남김이 없이 하라.>
정의군 사령관 유방.
유방은 소하가 만든 격문을 읽어 보고, 또 한 번 무릎을 치며 감탄하였다.
"과연 소하 동지는 천하의 명문가이시오. 아무리 우매한 현령이라도 이 격문을 읽어 보고는 자진해 항복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오. 그 탁월한 지략과 명석한 문장은 아무도 따르지 못할 것이니, 나는 동지를 얻음으로써 천하를 얻은 셈이오."
"홍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러면 소생은 곧 패성으로 돌아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오니, 좋은 날을 택하시어 격문을 쏘아 보내시옵소서. 그동안 소생은 장군님을 패주(沛主)로 맞아들일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기다리겠사옵니다."
소하가 돌아가 무기를 보내오자, 유방은 부하들에게 군사훈련을 맹렬히 실시하였다.
그로부터 얼마 후, 어느 날 밤에 유방이 문제의 격문을 화살에 달아 성안으로 쏘아 보내니, 백성들이 그 격문을 먼저 주워 보고 한결 같이 공포에 떨며 말한다.
"우리가 전화의 제물이 되지 않으려면 현령을 우리 손으로 죽여 없애고, 덕망이 높은 유방 장군을 성주님으로 모시면 될 게 아닌가."
"누가 아니래! 우리들이 살아남으려면 현령을 반드시 우리 손으로 갈아 버려야 하네."
이 모양으로 백성들이 저마다 들고 일어나, 마침내 현령을 자기네 손으로 죽여 없애고, 성문을 활짝 열어 유방 일행을 기꺼이 맞아들였다. 그러면서 백성 모두가 유방을 성주로 받들어 모시겠다는 성원을 보내는 것이었다.
유방은 몇 차례 사양을 하다가 마지못하는 척 성주의 자리를 수락하였다.
그리고 소하, 번쾌, 조참 등을 돌아보며,
"내가 오늘날 패공(沛公)의 자리에 앉게 된 것은, 오로지 동지들 덕택임을 거듭 감사드리오."
하며 동지들의 노고 칭찬하기를 잊지 않았다.
[출처] 열국지(熱國誌) (37) 패공(沛公)이 된 유방. |작성자 소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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