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실록(25)> 단종 세조 3- 수양과 한명회의 야망

이찬조 2021. 3. 24. 20:25

<조선왕조실록(25)> 단종 세조 3
- 수양과 한명회의 야망

단종실록에는 김종서 황보인 등 정승들이 왕위를 찬탈하여 안평을 옹립하려 했다고 되어 있으나, 늙은 정승들이 역적소리 들어가며 어린 왕을 폐하고 시퍼런 안평을 옹립해서 얻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를 생각해 보면,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봄이 합당합니다.

단지 왕이 어리고 왕실에 수렴청정할 어른이 없으므로 어린 왕이 성장할 때까지 나라를 맡아 관리할 수밖에 없는 대신 그룹으로서는 대군들에 의한 정변, 특히 수양의 정변 시도를 우려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최소한 보위를 넘볼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성향의 안평을 끌어들여 수양을 견제하려 했던 것으로 추측이 됩니다.

대신 그룹과 안평의 견제로 조급해진 수양은 거의 막가파식으로 자기 세력 확장에 심혈을 기울였으나, 이러한 행위로는 반대 진영의 경계심만 자극할뿐 자신의 야망을 달성하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수양이 무엇인가 돌파구를 찾고자 고심할 때, 수양 앞에 나타난 자가 있으니, 이 자가 바로 우리 역사 최고의 책사인 한명회입니다.

수양은 한명회를 만나게 되면서 비로소 자신의 야망을 이룰 계획을 착착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명회는 수양 앞에서, “어린 임금이 있을 때면 옳지 못한 이가 정권을 잡아 권세를 부리지만, 충의로운 신하의 반정으로 바로 잡히게 되니, 이는 하늘이 정한 이치입니다”라고 그럴듯하게 아뢰니, 수양은 이로써 갈 길을 명확히 하게 됩니다.

한명회는 안평, 김종서 등에 대한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는 한편, 홍달손, 양정, 유수 등의 무사를 끌어들여 충성서약을 받았고, 수양은 수양대로 신숙주, 홍윤성 등 측근 영입에 박차를 가하는 등 거사를 향한 준비를 착착 진행시켰습니다.

그 중 신숙주는 합류를 권하는 수양에게 “장부가 편히 아녀자의 품에서 죽기를 바라겠습니까”라는 말을 하며 수양의 편에 서게 되는데, 세종, 문종으로부터 성삼문 등과 더불어 어린 단종 보호의 특명을 받은 바 있는 신숙주의 이러한 변절은 후일 ‘숙주나물’이라는 말을 생기게 합니다. 물론 수양은 ‘수양버들’이라는 말의 근원이 되기도 하지요

한편, 수양은 상중에 있는 어린 단종에게 종묘사직을 위해 중전을 맞이할 것을 강력히 권했고, 뜬금 없이 치세와 관련된 상소를 올리기도 했는데, 이로 인해 어린 단종은 물론 노련한 김종서, 황보인까지도 수양이 왕위까지 노리는 것은 아닌 것으로 오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김종서 등의 방심을 겨냥한 수양과 한명회의 책략이었습니다.

어린 단종의 처지가 바람 앞의 등불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