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실록(102)> 숙종 8 - 장희빈(5)

이찬조 2021. 5. 4. 06:06

<조선왕조실록(102)> 숙종 8 - 장희빈(5)

기사환국으로 남인이 집권했으나 집권세력다운 면모를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두 번의 환국을 통해 언제든지 또 다른 환국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남인은 새로운 실력자로 떠오른 중전의 오라비 장희재와 유대를 돈독히 하고 임금의 뜻에 순종하는 등 복지부동하였습니다.

그런데 기사환국이 있은지 4년이 흐른 숙종 19년, 남인을 긴장시키는 일이 있었으니, 숙종이 새로이 궁인 최씨를 숙원으로 삼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실록에는 별 기록이 없으나, 야사에는 언제나 폐비에게 의리를 다하는 모습이 숙종의 눈에 띄었다는 것입니다.

숙종은 이즈음부터 숙원 최씨를 총애하기 시작했고, 중전인 장희빈의 경계심이 커졌으며, 남인의 긴장감도 고조되기 시작했습니다.(언제 환국이 있을지 모른다!)

한편, 기사환국으로 물러난 서인 진영에서는 일군의 무리가 비밀 자금을 모으고 궐내와 연결해 궁중의 소식을 수집하는 등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움직임이 남인측에 포착되었고, 남인 최고 실세 우의정 민암은 그들 중 “함이완”이란 자를 협박해 역모를 고변하게 하였습니다.

함이완의 고변에 따라 관련된 서인들을 잡아다 고문을 하던 중, 이번엔 서인 유학, 김인 등이 “장희재가 김해성을 매수해 최숙원을 독살하려 했다”라는 고변을 하였습니다.

내용상 정반대되는 고변이 동시에 이루어진 것이니, 조정 안팎은 초긴장 상태가 된 채로 숙종이 있는 대전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또 다시 뒤집기를 할 것인가~~~~~!)

이러한 때에, 고심하던 숙종이 드디어 비망기를 내렸습니다.

- 우의정 민암(남인)이 함이완과 혼자 만나 수작한 것은 의심스럽기 그지없다. 증좌도 없이 임금을 우롱하고 진신을 함부로 죽이는 정상이 매우 통탄스럽다.

- 국청에 참여한 대신은 모두 삭탈관직하여 문외출송하고, 민암과 금부 당상은 절도에 안치하라.

숙종은 집권 남인 세력의 고변을 무고로 단정하고 영의정 권대운 이하 남인들을 모조리 쫒아내고 즉시 영의정, 훈련대장, 병조판서 그리고 승지와 삼사 관원들을 서인들로 채워버렸습니다.

그야말로 삽시간에 일어난 환국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숙종이 1694년(숙종 20년) 남인에서 서인으로 순식간의 물갈이를 해 버린 일련의 사건을 갑술환국이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