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왕조실록

고려왕조실록 30 - 성종1

이찬조 2021. 7. 20. 13:28
고려왕조실록 30 -성종1
* 성종의 등극과 사회개혁

981년 7월 22세의 나이로 등극한 성종은, 태조의 제4비 신정왕후 황보씨의 아들인 대종 욱과 선의태후 유씨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경종의

제3비인 헌애왕후 황보씨와 제4비인 헌정왕후 황보씨는 자매간으로 성종의 누이들입니다. 그러니까 성종은 경종과 처남 매부사이였던 셈입니다.

성종은 광종의 철권정치와 경종의 화합의 정치를 왕족의 신분으로 이를 지켜보면서 성장하였습니다. 두 선대왕의 정사를 다루는 방식이나 사회적 분위기로 보았을 때는 많은 차이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왕권의 강화를 위한 정치를 펼쳤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습니다.

왕권중심의 국가로 도약하는 기틀을 마련한 광종과 경종의 시대를 거치면서 고려는 당나라의 제도를 모방하여 이를 정착시키는 등 사회적 여건이 많이 성숙한 단계가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바탕위에 왕위에 오른 성종은 중앙집권적 왕권국가의 완성을 위해 대대적인 제도의 개혁을 단행하게 됩니다.

성종은 왕위에 오르자 대사면령을 내리고 문무관들의 품계를 한 계급씩 올려 주었으며, 그해 11월에는 팔관회(八關會)의 잡기들이 떳떳하지 못하고 번쇄하다하여 이를 전부 폐지하였습니다. 팔관회는 매년 11월 15일에 거행되던 고려시대 최고의 국가 행사로서 불교의례와 민족 고유의 전통습속의례가 결합된 종교 제전이자 축제였습니다.

팔관회는 본래 불교신도가 하루 동안 엄숙히 팔관재계(八關齋戒)를 지키기 위해 열었던 불교법회에서 기인하는데, 팔관의 '관'은 금(禁)한다는 의미로 '팔관'은 살생, 도둑질, 음행, 거짓말, 음주, 높고 사치한 자리에 앉거나 꽃과 향수로 치장함, 가무음곡, 오후 식사를 금하는 팔계를 범하지 않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그다지 주목할 만한 일이 아닌듯하여 보이지만, 연등까지 폐지해버린 성조의 조치는 대단히 큰 의미가 있는 당시에는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태조 왕건은 훈요십조를 남기면서 후대 왕들이 지켜야 할 바를 제6조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바가 있습니다. 즉, “여섯째, 연등(燃燈)은 부처를 섬기는 것이요, 팔관(八關)은 하늘의 신령과 5악(岳), 명산, 대천 용의 신을 섬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후세의 간신이 신위와 의식절차의 가감을 건의하지 못하도록 하여라. 그리고 군신이 동락하면서 제사를 경건히 지내도록 하라. 이렇듯 중요한 행사를 소홀히 하면 아니 될 것이다.”

창국주인 태조의 유업이라 할 팔관회와 연등회를 폐지하기까지 성종은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이 같은 부담과 왕실과 신하 그리고 백성들의 비난을 무시하면서까지 이 같은 일을 단행하였을까요?

이는 개국 초기보다 권력구조의 핵심에 오를 수 있는 인물들이 많이 늘어났다는 점을 주의 깊게 보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개국공신이나 강력한 호족이 아니면 정치판에 끼어들 수 없었던 과거와는 달리 과거를 통하여 신진관료들이 속속 배출 된 까닭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보고 성장한 성종은 불교 대신에 유교를 어렵지 않게 선택하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유교적 분위기에서 자란 성종은 변화된 사회를 이끌어 가고자 중국의 선진 제도를 받아들이는 한편으로 교육과 정치 이념으로 유교를 선택하여야 할 필요성과 당위성을 느끼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울러 중국의 관제를 모방하여 3성6부로 관제를 정비하여 이 관제가 고려 중앙관제의 근간을 이루게 됩니다. 고려의 창립 과정에서 태조는 삼한통일이 제일의 목표였고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양날의 칼과 같은 지방 호족들과의 결혼정책을 통하여 나라의 안정을 꾀하였고, 혜종과 정종은 호족들의 세를 뒤에 업고 권력투쟁을 벌이며 허우적거리는 시기였고, 광종과 경종 대에 이르러는 피를 통하여 중앙집권적인 왕권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춘 시기였습니다.

선대의 노력으로 내부갈등에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할 필요가 없는 성종은 오로지 시대적인 요구에 따라 고려를 개혁해 나갈 책임과 환경이 부여되어 있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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