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왕조실록

고려왕조실록 29 - 경종

이찬조 2021. 7. 18. 23:01
고려왕조실록 29 - 경종 3
* 경종의 온화한 치세는 빛을 잃고....

안정기를 맞이하여 경종은 송나라와의 외교관계를 탄탄하게 다져나가는 한편 진사시를 통하여 신진 관료들을 속속 배출해내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장차 호족공신들과 상호 견제와 화합 속에서 나라를 건전하게 이끌어 주기를 기대하는 꿈나무들 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경종 혼자만의 바램이었습니다.

광종 대에 극심한 수난을 겪었으며 경종 대에 이르러 잃어버린 영광을 되찾는가 싶었으나, 경종의 이른바 화합의 정치로 권세가 아닌 임금의 일개 쫄병으로 전락한 호족들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무나 억울하기만 하였던 것입니다.

하여 그들은 세상을 뒤집어 자신들의 이익이 실현되는 사회를 만들고자 불순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게 됩니다.

경종 역시 이러한 움직임을 감지하고 있었고 신진관료들을 등용시켜 견제하는 것만으로는 호족들을 제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종은 꾀돌이 최지몽을 불러들이기에 이릅니다.

최지몽은 태조의 꿈을 해석하여 제왕의 길로 인도하고 혜종 때는 왕규의 암살기도를 미리 알아차리고 임금의 목숨을 구해주었으나, 광종에게 술주정을 하다가 쫓겨나서 외방의 작은 고을에서 홀로 외롭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경종이 그를 다시 불러 들였다는 것은 반란을 걱정할 정도로 호족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늘을 보며 별자리를 살피던 최지몽은 순간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왕의 침소로 달려가 자신이 살핀 바를 아뢰었습니다.

최지몽은 황제의 좌를 침범하는 별자리 이야기를 통하여 경종의 주의를 환기 시킨 후 왕승의 반란기도를 고변하였습니다.

왕승은 당시 유력한 호족으로 왕권에 도전할 만한 세력과 가능성이 농후한 인물이었습니다.

경종은 군사를 풀어 부왕 광종이 그리했던 것처럼 왕승을 반역죄로 다스려 죽여 버립니다.

부왕시절 그토록 치를 떨며 바라보아야 하였던 피의 숙청!

자신의 치세 기간에는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노라 다짐했던 경종이지만 반역을 꿈꾸는 호족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어쩔 수 없이 피로 정리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정치에 환멸을 느낀 경종은 정사를 등한시하고 술과 여색으로 방탕한 세월을 보내는가하면 바둑에 관한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바둑에 몰두하기도 하였습니다.

981년 6월 병을 얻은 경종은 당제 개령군(성종)에게 보위를 물려주고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당시에도 장자의 왕위 승계가 통상적이기는 하였으나, 임금의 친아들이 있더라도 나이가 어리거나 미욱하여 치세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을 경우에는 왕가의 친족들 중에서 유능한 인물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후 이조시대에 이르러서야 장자승계 원칙을 정하고 수렴청정으로 정사를 이끌어가는 전통이 세워지게 되었습니다. 경종의 경우도 사망 당시 아들이 2살로 왕위에 오를 수가 없어 손아래 처남인 성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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