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왕조실록

고려왕조실록 98 - 원종 3

이찬조 2021. 8. 20. 07:42

고려왕조실록 98 - 원종 3

- 권신의 손에 원종 폐위되다.

 

한편 몽고는 1268년 3월 송나라 정벌을 준비하면서 고려에 원병과 병선을 요구하게 됩니다. 이에따라 쿠빌라이는 김준(김인준)과 그의 아우 김충으로 하여금 모든 준비를 갖추어 연경으로 입조하라고 명령하였습니다. 그러나 몽고에 들어가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 김준은 원나라 사신을 죽이고 원종마저 제거해 버리려합니다. 

 

그러나 김충의 반대로 김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김준은 동생과 같이 원나라에 다녀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는데, 김준의 행동거지가 못마땅한 원종은 임연에게 김준을 죽이라고 넌지시 이릅니다. 이에 임연은 김준과 김충 형제를 죽여 버립니다. 그러나 김준 형제가 죽었다고 원종에게 왕권이 넘어온 것은 아닙니다. 정권을 잡은 임연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기 때문에 원종은 전과 별 다름없는 허수아비 왕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1268년 2월 몽고에서 돌아온 하정사 이순익이 심상치 않은 말을 전합니다.

“전하, 몽고왕 쿠빌라이가 우리 고려를 매우 의심하고 있사옵니다. 몽고의 조서를 빙자하여 선박을 건조하고 군대를 재정비하고 있는 것은 장차 고려가 바다 한가운데에 들어가 몽고에 대항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고 서인에게 직접 물어 보았사옵니다”

이는 고려의 개경 환도가 완전히 이루어 지지 않았음을 트집 잡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전에 일본에 가는 사신이 파도를 이유로 되돌아갔을 때도 쿠빌라이는 개경 환도를 서두르지 않는 이유를 강하게 질책한바가 있었습니다.

이에 원종은 개경 환도를 서두르려 합니다. 그러나 무신정권이 떡 버티고 있는 상태에서 원종이 독단적으로 개경 환도를 이룰 수는 없는 상황이었고 이로 인해 원종과 임연의 사이에 갈등이 깊어지게 됩니다.

 

임금의 조치에 불만이 쌓인 임연은 1269년 6월 재상들을 모아놓고 반역을 모의하여 원종을 폐위시키고 안경공 창을 찾아가 왕으로 추대합니다. 완전 무신들 마음대로였던 샘이지요. 그리고는 원종을 별궁으로 쫓아내버립니다.

 

왕으로 추대된 안경공창은 임연을 교정별감으로 임명함으로서 모든 실질적인 권한을 임연에게 쥐어주게 됩니다. 모든 권력을 한손에 움켜쥔 임연은 바로 중서사신 곽여필을 몽고에 파견하여 원종이 병에 걸려 국사를 볼수가 없으니 창에게 양위하였다고 거짓 보고를 합니다. 당시 태자 왕심은 몽고에 볼모 신세로 있었는데 왕이 바뀌었다는 말을 접하자 바로 고려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태자가 파사부에 이르렀을 때 정주관청의 정오부가 강을 몰래 건너와 임연이 원종을 폐하고 새 왕을 세웠다는 사실을 일러바치면서

“고주사 곽여필이 지금 영주에 와있으니 사람을 시켜 그를 만나보게 하십시요”하고 알려 줍니다. 이에 태자는 동행  중이던 몽고의 사신 일곱명을 영주로 보내 곽여필을 잡아 사실을 확인하고 통곡하며 몽고로 되돌아갑니다.

 

되돌아온 태자에게 모든 사실을 전해 들은 쿠빌라이는 사신들과 태자를 함께 고려로 보내 사건의 진위를 캐내어 바로 잡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임연은 원종에게 병이 있어 양위케 하였다고 때거지를 씁니다. 이에 몽고는 그해 11월 다시 고려의 사정에 정통한 사랑 흑적을 보내 사건의 당사자들이 모두 몽고에 입조하여 사실을 고하도록 하라고 하자 임연을 비롯한 당사자들은 당혹감을 금치 못하게 됩니다. 

 

몽고의 사신 일행을 위해 배푼 연회에서 흑적이 임연에게 원종을 복귀시킬 것을 넌지시 권하자 바로 다음날 임연은 원종을 복귀시킵니다. 하룻밤 사이에 또 왕이 바뀌게 된 것입니다. 정말 요지경 속이나 마찬가지네요. 신하의 손에 일국의 왕이 하룻밤 사이에 바뀌곤 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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