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왕조실록

고려왕조실록 96 - 원종 1

이찬조 2021. 8. 19. 21:09

고려왕조실록 96 - 원종 1

- 원종의 등극

 

 

고종이 죽자 대장군 김준은 안경공 창을 추대하여 왕위를 잇게 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대신들은 맏아들이 왕위를 잇는 것이 통례이며 더구나 태자가 몽고에 볼모로 들어가 있는데 그 아우를 임금으로 삼을 수 없다고 극렬히 반대하고 나서는데다가, 고종이 죽기 전에 남긴 조서를 가지고 반드시 태자 전이 왕위에 등극해야 함을 주장하자 아무리 권력을 틀어쥐고 있는 김준이라도 더 이상 고집을 피우지 못하게 됩니다. 고종의 조서에는 분명히 태자 전이 왕위를 잇도록 하고 태자가 몽고에서 돌아오기 전까지는 손자와 상의를 하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리하여 태자 전은 몽고에 머문 채 왕위를 이어받게 되니 그가 바로 고려 24대왕 원종입니다. 나라의 힘이 부족하여 오랜 기간 펼친 대몽 항쟁을 접고, 고종 대신 볼모가 되어 몽고에 머무르고 있는 원종은 마음속 밑바닥 부터 몽고에 대한 반감이 극심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원종은 몽고 왕의 동생 쿠빌라이를 만나면서 다소나마 호감을 갖게 되었고, 막강한 몽고의 힘을 빌려 부왕시절에 아니 무신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무신들의 꼭두각시 놀음에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해왔던 선왕들이 꿈에 그려온 완벽한 왕권회복을 도모해 보고자 마음먹게 됩니다.

 

그 당시 국명을 원으로 고친 몽고의 내부 사정을 살펴보면 몽고 왕 헌종이 죽고 나서 왕의 아우 쿠빌라이와 아리패 간에 왕위 다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한번은 태자 전이 쿠빌라이를 만나러가자 그는 매우 기뻐하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고려와 우리는 만 리나 떨어져 있는 먼 사이요. 일찍이 당나라 태종이 친히 고려를 정벌하려 하였으나 항복시킬 수 없었는데 이제 그 나라 태자인 그대가 스스로 와서 나를 따르겠다하니 이는 하늘의 뜻이로다.”

 

원종이 보기에 쿠빌라이는 얼굴이 그림같이 아름답고 행동거지가 예의범절에 맞았습니다.  하여 그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고려에서 고종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쿠빌라이는 무장들을 시켜 원종을 호위하게 하였고, 태자가 왕으로 등극하게 되었다는 소식에 쿠빌라이는 일국의 국왕으로 대접하여 숙소도 옮겨주고 더욱 후대하자 원종은 더욱 마음이 풀어져 몽고와 친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우고 몽고의 힘을 빌려 왕권회복을 도모 해야겠다는 뜻을 더욱 굳히게 됩니다.

 

고종의 죽음으로 곧바로 고려로 돌아온 원종은 1260년 4월 무오일에 41세의 나이로 왕좌에 앉게 됩니다. 비록 몽고(원)의 속국이 되더라도 그 힘을 빌려 왕권을 회복하겠다는 원종, 고려의 자주성을 회복하고 개경 환도를 막고자 하는 김준, 나라를 이끌어 갈 두 사람의 생각이 이렇듯 달랐으니 고려의 앞날은 예측불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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