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썩어도 준치

이찬조 2010. 3. 26. 11:43

 

‘썩어도 준치 ’

 

 

 

 

 

‘썩어도 준치’

'썩어도 준치'라는 속담은 원래 본 바탕이 좋은 것은 시간이 지나 낡고 헐어도 그 본 품을 잃지 않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성품이 올곧은 사람은 곤경에 빠지더라도 본질이나 생각이 변치 않는다는 말을 이르기도 한다.

 

그래서 준치는 예로부터 상징적인 의미를 담은 선물로 자주 쓰였다. 권력이나 명예, 재물에 너무 치우치면 반드시 그에 따른 불행이 닥칠 수 있다는 훈계를 해줄 때 준치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 낸 것이다.

이는 준치가 매우 맛있는 생선이지만 잔가시가 많아 맛있다고 마구 먹어대다간 목에 가시가 걸리기 십상이므로 지나친 음식 욕심을 부릴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간을 잘 지키는 참다운 물고기, '진어' 준치

그래서 준치에게는 참다운 물고기라는 뜻의 ‘진어(眞漁)’라는 별명이 붙었다. 준치는 또 제철인 4~7월이 지나면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가 다음해 봄에 어김없이 다시 나타나는 습성 때문에 시간을 잘 지켜 올바른 물고기라는 뜻의 ‘시어(是漁)’ 라고 불렸다.

 

준치와 잔가시

이처럼 잔가시가 많아 먹기가 불편한 준치를 두고 송나라의 풍류문인 유연재는 세상을 살면서 느낀 다섯 가지 한을 꼽을 때 ‘시어다골(是漁多骨)’, 즉 준치에 뼈가 많은 것을 들기까지 했다. 준치의 잔가시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직 남았다.

 

옛날에 준치는 맛이 좋은 데다 가시도 없어서 사람들이 너무 많이 잡아먹어 멸종위기에 처했단다.

이런 준치를 불쌍히 여긴 용왕님이 묘책을 내 다른 물고기들로 하여금 가시를 한 개씩 빼서 준치에게 주도록 했다. 가시가 너무 많이 박혀 아픔을 참지 못한 준치는 잽싸게 달아나 버렸지만 다른 물고기들이 끝까지 쫓아가서 꼬리까지 가시를 꽂는 바람에 준치는 꼬리에도 가시가 생기게 됐다는 이야기다.

 

준치 속담에 담긴 선조들의 가르침

준치에 대한 속담에는 또 '좋은 일에는 방해하는 사건이나 귀찮은 일거리도 많아 무슨 일이나 다 좋을 수는 없다는' 뜻으로 “맛 좋은 준치가 가시도 많다”는 말도 있다.

준치에 대한 이야기가 지금까지 속담으로 전해 내려오는 것은 어쩌면 자칫 잊기 쉬운 겸손함을 내내 가르치려는 선조들의 뜻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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