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국지 (41) 항량의 전사(戰死)
진시황 사후, 승상 이사와 함께 모략으로 태자 부소와 장군 몽염을 사사(賜死)한 조고는 진시황의 작은 아들 호해(胡亥)를 황제로 추대한 후, 승상 이사를 부추켜서 반대 세력들을 모조리 몰살시켜 버리고 마지막에는 이사까지 역모죄로 몰아 죽여 없앴다.
그리고 나서는 조고 자신이 승상의 자리에 오름으로써 진나라의 권력을 한 손에 장악하게 되었다.
형식상으로는 <이세 황제>가 어엿하게 존재했지만, 호해는 날마다 주색에 빠져 있어 사실상 실권자는 조고였던 것이다.
그 무렵 각 지방의 군수들은 승상 조고에게,
"지금 우리 지방에서는 의병들이 궐기하여 백성들을 심히 괴롭히고 있사옵니다. 승상께서는 군사를 파견하시어 반역도들을 속히 평정해 주시옵소서." 하고 장계(狀啓)를 빗발치듯 올렸다.
그러나 세력 구축에 여념이 없는 조고는 그러한 장계를 조금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도둑의 무리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던 것이 아니냐. 이런 일을 가지고 왜들 야단들이냐. 도둑을 다스리는 것은 지방관들의 책임이니 각자는 치안 유지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여라.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지방관은 가차 없이 파면할 것이다."
조고는 군사를 보내 난리를 평정할 생각은 아니하고 이렇게 지방관들에게 엄포를 놓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회서 군수(淮西郡守) 진염(陳炎)이 함양으로 급히 달려와 승상 조고에게 아뢰었다.
"초국 대장 항량이 회왕(懷王)을 옹립하고, 우소(旴昭)에 도읍을 정한 뒤, 항우, 유방 장수와 함께 30만 대군으로 함양으로 쳐들어올 기세를 보이고 있사옵니다. 승상께서는 군사를 파견하시어 그들을 속히 괴멸(壞滅)시키도록 하시옵소서. 그렇지 아니하면 함양이 위태롭게 될 것이옵니다."
조고는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장군 장한을 불러 명했다.
"요즘에 들어 각 지방에서 도둑의 무리들이 들끓어 백성들을 몹시 괴롭힌다고 하는데, 특히 옛날 초국 출신인 항량이란 자는 초왕을 옹립하고 함양으로 쳐들어올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하니, 장군은 신속히 출전하여 그자들을 모조리 섬멸하도록 하시오."
대장군 장한이 승상 조고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한다.
"그렇지 않아도 회서 지방에서 항량이라는 자가 수십만 대군을 거느리고 은근히 함양을 넘겨다보고 있다고 하는 소식을 듣고 무척 걱정을 하고 있던 중이옵니다. 승상께서 명령을 내리셨으니 그들을 지체 없이 토벌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진나라 대장군 장한은 30만 대군을 이끌고 이유(李由), 사마흔(司馬欣), 동예 등의 대장들과 함께 초군박멸(楚軍撲滅)의 정도에 올랐다.
그런데 화서 부근에는 제왕(齊王)과 위왕(魏王)의 의병들이 별도로 준동하고 있어서, 그들을 먼저 정벌하지 않으면 안 될 형편이었다.
그리하여 장한이 제군(齊軍)과 위군(魏軍)부터 토벌하고 있노라니까, 항량은 그 소식을 듣고 항명(項明)에게 지원군 3만을 주어 제, 위군을 도와주게 하였다.
이로써 양군간에는 일대 혈전이 벌어졌는데, 의병들은 진군을 당해 낼 힘이 부족하여 제왕과 위왕은 모두 전사하고, 지원을 갔던 항명마저 전사함으로써 진군은 크게 승리하였다.
진군이 동아(東阿)에까지 진출하여 초군을 본격적으로 공격할 태세를 갖추자, 항량은 사태의 위급함을 알고 회왕에게 아뢴다.
"신이 직접 나가 적장 장한을 한칼에 베어 진군의 항복을 받아오겠습니다."
그러자 군사 범증이 한걸음 나서며 말했다.
"장한은 소문난 맹장이므로 혼자 나가시면 위험하옵니다. 항우 장군을 선봉장으로 내세우시옵소서.
저도 함께 따라 나가겠습니다."
이렇게 초군이 진영을 갖추고 진군과 마주하게 되자 항우는 단신으로 쏜살같이 말을 달려나가며 적진을 향하여 큰소리로 외쳐대었다.
"나는 초군 부장 항우로다. 장한은 어디 있느냐. 장한에게 할 말이 있으니, 나를 만나게 하여라"
그러자 장한이 말을 달려나오며 항우를 조롱한다.
"내가 바로 장한이로다. 너는 싸우러 왔느냐 주둥이질을 하러 왔느냐, 글 못쓰는 선비가 붓타령을 한다더니, 싸우러 왔거든 국으로 싸우기나 할 일이지 무슨 놈에 할 말이 있다는 것이냐 ! "
항우가 다시 큰 소리로 외쳐댔다.
"장한은 내 말을 듣거라. 너희들의 이세 황제는 무도하기 짝이 없는데다가 간신 조고가 간악하기 이를 데 없어서 민심은 완전히 이반되어 버렸다.
그대는 그러한 실정도 모르면서 정의의 기치를 들고 일어선 우리와 싸우려 하고 있으니, 그것은 마치 물고기가 끓는 가마솥으로 뛰어드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대는 목숨을 구하고 싶거든 지금 이 자리에서 곱게 항복하라!"
장한은 그 말을 듣고 크게 웃으며 대답한다.
"적반하장(賊反荷杖)도 분수가 있지. 내가 누군지 알고 감히 큰소리를 치느냐. 진군은 천하무적의 강군이요, 그대는 이미 망해 버린 초국의 쥐새끼에 불과하다. 네 놈이 분수도 모르고 감히 나에게 덤벼드니 오늘이야 말로 네 놈의 제삿날이 될 것이다! "
항우는 그 말을 듣기가 무섭게 장창을 꼬나잡고, 질풍같은 속도로 장한을 향해 달려나갔다.
장한은 한평생을 전쟁으로 살아온 백전노장이었다. 그러나 폭풍처럼 달려드는 항우를 당해 내기는 나이가 너무도 많았다. 그런대로 10합 20합까지는 항우와 대등하게 싸웠지만, 30합이 넘어서자 숨이 가빠와서 결국은 말머리를 돌려 도망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대장 이유가 싸움을 가로막고 나섰다.
"요 쥐새끼 같은 놈아! 너는 뭐냐! "
항우가 벼락같은 고함을 지르며 장창으로 이유의 가슴을 찌르려고 덤벼 드니 이유는 혼비백산하여 진중으로 줄행랑을 놓았다.
사마흔과 동예가 그 광경을 보고 한꺼번에 달려나오며 싸움을 가로막았다.
1대 2의 유리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사마흔과 동예는 항우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항우는 싸울수록 몸이 날래지고 힘이 솟구쳐 오르는지, 걷잡을 수 없이 좌충우돌로 사마흔과 동예를 공격하였다.
그러자 사마흔과 동예도 마침내 말머리를 돌려 삼십육계를 놓았다.
" 이 쥐새끼 같은 놈들아! 어디로 도망을 가느냐! "
항우는 두 적장을 맹렬하게 추격하였다.
항량이 멀리서 그 광경을 보고 영포, 환초, 우영 등의 세 장수를 급히 불러 명한다.
"항우가 저렇듯이 무모하게 적진 깊숙한 곳으로 쳐들어가면, 후방이 차단될까 두렵다. 그대들은 군사 5천씩을 거느리고 급히 달려나가 항우 장군을 도와라."
이렇게 진군은 80여 리나 쫒겨가서야 간신히 숨을 돌릴 수가 있었다.
패장 장한은 절치부심을 하면서 막료들에게 말했다.
"적의 세력이 워낙 막강하여 지금 싸워서는 승리할 가망이 전혀 없다. 그러하니 우리는 완병지계(緩兵之計)를 쓰기로 하겠다."
"완병지계란 어떤 계략을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적에게는 장수다운 장수는 항우 하나가 있을 뿐인데, 항우는 초전에 대승하여 매우 교만해졌을 것이다. 장수가 교만해지면 병사들이 수비를 게을리하게 되는 법이다. 우리가 지금 싸움을 계속하게 되면 병사의 손실만 생길 뿐 아무런 이익이 없을 것이니, 당분간은 이곳에 수비를 견고하게 하고 머물러 있다가 단 한 번의 싸움으로 최후의 승리를 거둘 생각이로다."
과연 백전노장다운 심계(深計)였다.
한편, 항우는 초전에서 크게 승리하고 본진으로 돌아와 항량에게 고한다.
"내일은 우리 군사를 총동원하여 적을 송두리째 때려부수기로 하겠습니다."
"장한은 천하의 명장이라고 들었는데, 네가 그만한 자신이 있느냐."
"직접 싸워 보니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애 .... ? 그렇다면 내일은 뿌리를 뽑아 버려라."
다음날, 항우는 중군(中軍)이 되고, 영포는 우군(右軍), 유방은 좌군(左軍)이 되어, 진고(陳鼓)를 요란스럽게 울리며 30만 대군이 일시에 적진을 향하여 휘몰아쳐 나가니 그 기세가 하늘을 덮을 듯 요란하였다.
이에 장한은 형세가 불리할 것을 예상하고 장수들을 긴급 소집하여 군령을 내렸다.
"우리가 지금 싸워서는 승리할 가망이 없으니, 눈물을 머금고 일시 후퇴를 해야 하겠다. 그러나 모든 군사가 한 곳으로 일시에 후퇴하면 적의 집중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니, 각 부대는 방향을 달리하여 후퇴하라. 나는 정도(定陶)로 갈 것인즉, 사마흔과 동예 부대는 복양으로 후퇴하고, 이유 부대는 옹구(壅丘)로 후퇴하라. 분명히 말해 두거니와 오늘의 퇴각은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것을 명심하라."
진군이 세 갈래로 분산 후퇴하자, 항우는 옹구로 추격하여 대장 이유를 한칼에 찔러 죽였고, 유방은 사마흔과 동예 부대를 백 여리나 추격하여 성양(城陽)이라는 곳에 도달하였다.
유방이 거기서 다시 추격을 계속하려고 하자, 모사(謀士) 소하(蕭何)가 말린다.
"적을 막다른 궁지(窮地)로 몰고 가서는 안 되옵니다. 도중에 복병(伏兵)이라도 있으면 낭패입니다.
그러니 여기서 추격을 멈추도록 하시옵소서."
유방은 그 말을 옳게 여겨 일단 성양에 머물러 있었다.
한편 영포는 장한을 맹렬히 추격해 갔으나, 재빨리 후퇴한 장한은 정도성(定陶城) 성문을 굳게 잠그고 싸우려고 하지 않았다. 영포는 그곳에 진을 치고 시도 때도 없이 싸움을 걸어 보았다.
그러나 장한은 일체 응전하려고 하지 않았다.
마침 그때, 항량이 후군(後軍)을 거느리고 정도에 당도하여 형편을 살펴보고 영포에게 말했다.
"진군이 싸우려 들지 않는 것을 보면 몹시 피폐한 모양이니, 그들의 지원군이 오기 전에 지금 때려 부숴야 할 것이 아닌가?"
영포가 대답한다.
"장한이 지금 성안에 갇혀 있기는 하오나, 그의 병력은 아직도 막강하여 함부로 때려 부수기는 매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항량은 그 말을 듣고 꾸짖는다.
"성안에 갇혀 있는 적을 때려 부수기가 뭐가 어렵다는 말인가? 내가 대군을 거느리고 왔으니, 오늘 당장 돌격전을 감행하여 아예 끝장을 내버리기로 하세."
"그것은 장한을 너무 만만하게 보시는 무리한 작전인 것 같습니다."
"무슨 소리! 군령(軍令)이다. 오늘 밤 자시(子時)를 기하여 총 공격을 감행하라."
영포는 항량의 군령이라는 말에는 무리한 작전인 줄 알면서 복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리하여 초군은 진군 총사령관인 장한이 농성(籠城)중인 정도성에 자시를 기하여 총공격을 퍼붓기 시작하였다.
초군 병사들은 성안으로 빗발치듯 쏘아 보내는 화살의 엄호를 받아가며, 나무사다리를 성벽에 걸치고 개미떼처럼 기어올랐다. 성채(城砦)를 인해 전술로 일거에 점령하려는 야심찬 작전이었다.
그러나 진군의 대항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돌덩이는 물론이고 끓는 물과 기름을 성벽을 기어오르는 초군에게 쏟아 부으며, 화전(火箭)을 빗발치듯 쏘아대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성벽을 기어오르던 초병들은 돌덩이에 맞아 떨어져 죽고, 나무사다리가 불에 타서 땅에 떨어져 죽고, 화살에 맞아 죽고 ..... 죽어가는 병사들의 비명으로 아비규환을 이루었다.
아군의 불리함을 목격한 항량은 분노로 몸을 떨며,
"충차(衝車)를 만들어 성문(城門)을 깨부수어라."
하고 비상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그것은 무리한 명령이었다.
어느 겨를에 <충차>를 만들 것이며, 충차로 성문을 부수려 한들 적이 보고만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군사들이 충차를 만들려고 통나무를 모아 오자, 성안에서는 절구통 같은 기름 불덩이를 연방 퍼부어 애써 모아 온 통나무들이 모두 불에 타 버릴 뿐이었다.
항량은 패색(敗色)이 짙어 올수록 화가 치밀어 올라서,
"이 죽일 놈들아! 성벽을 기어 올라갈 생각은 아니 하고, 왜들 꽁무니만 빼느냐! "
하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댔다.
집극 낭관(執戟郎官) 한신(韓信)이 항량의 동태를 보다 못해 간한다.
"공격을 퍼부울수록 아군의 피해만 심할 뿐이니, 오늘은 공격을 일단 중지하고 수비만을 견고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그러자 항량이 벼락같은 고함을 질렀다.
"너는 무슨 돼먹지 않은 소리를 씨부려대고 있는냐! 나는 군사를 일으켜 한 번도 져 본 일이 없었다. 이따위 성채 하나를 공략하지 못하고서야 장차 어떻게 큰일을 도모할 수 있겠느냐! "
그 말에 경자 관군 대장 (卿子冠軍大將) 송의(宋義)가 다가와 충고한다.
"우리가 초전에 승리하여 적을 너무도 가볍게 보아 오고 있었습니다. 적은 초전에 패한 관계로 정신적으로 오히려 굳게 결속되어 있어서 쉽게 무너뜨리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장한은 천하의 명장이어서, 이 밤으로 승부를 보기는 매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한신의 말대로 공격을 일단 중지하고 수비만을 견고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좋 ! 오늘 밤은 공격을 일단 중지했다가 내일 밤 자시를 기하여 본격적으로 공략하기로 하자. 장한 따위를 두려워할 내가 아니로다."
항량은 마음이 교만해져서 장한을 어디까지나 깔보고 있었다.
항량은 정도성 공략에 실패하고 본영에 돌아오자, 복받쳐 오르는 울분을 참을 길이 없어 혼자 술을 퍼마시고 있었다.
집극 낭관 한신이 그 광경을 보고 또다시 간한다.
"군사는 싸울 때보다도 휴전했을 때가 더욱 경계해야 할 때입니다.
적이 오늘 밤에 반격을 해 올지도 모르오니 장군께서는 술을 삼가하시옵소서."
그러자 항량은 또다시 고함을 지른다.
"너 같은 조무라기가 무슨 잔소리가 이리도 많으냐! 내일 밤은 적을 뿌리째 뽑아 버릴 것이니 어디 두고 보아라 ! "
그리고 술을 사발로 연방 들이키는 것이었다.
한신은 맘속으로,
(아아...항량은 병사(兵事)를 더불어 논할 사람이 못되는구나!)
하고 탄식을 하며, 그 자리를 물러나와 버렸다.
그로부터 몇 시각이 지난 뒤, 병사들이 곤히 잠들어 있는 먼동이 틀 무렵에, 별안간 어디선가 일발 포성이 울리더니 수만의 진군이 일시에 함성을 울리며 초군 진지로 물밀듯이 밀려 들어왔다.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초군은 우왕좌왕하며 어둠 속에서 창을 찾고 검을 더듬느라고 야단법석이었다.
진군은 그 기회를 이용해서 창으로 찌르고 철퇴로 후려갈겨서 초군을 박살내었다. 어둠 속에 아비규환의 비명이 난무하였고 동이 틀 무렵에는 초군의 시체가 순식간에 땅을 덮었고 그들이 흘린 피는 바다를 이루었다.
술에 대취하여 곯아 떨어졌던 항량은 호위병들의 부축을 받으며 피하기는 했으나 때마침 대장군 막사를 찾던 진장 손승(孫勝)에게 발견되어 한 칼에 목이 떨어졌다.
일찍부터 웅지를 품고 망해버린 초국을 재건하려던 항량의 웅지는 이렇게 어이없이 꺽여버렸다.
총대장 항량이 죽고 나니 살아남은 병사들은 도망치기에 정신이 없었다.
송의와 영포, 두 장수가 패잔병을 가까스로 규합하여 진류(陳留)에 새로 진을 쳤을 때, 성양(城陽)에 주둔하던 유방이 급보를 듣고 달려왔다.
그러나 병사들의 사기가 워낙 땅에 떨어져 있어서 반격을 가할 기력이 전혀 없었다.
유방은 패전한 병사들에게 술을 나눠 주며 위로한다.
"일승 일패(一勝一敗)는 병가지 상사(兵家之常事)다. 오늘의 패전은 후일에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니, 모두들 낙심 말고 더욱 분발하라."
병사들은 유방의 따듯한 위로에 감격을 금치 못했다.
한편, 송의 장군은 옹구로 급히 달려가 항량의 전사를 알리니, 항우는 땅에 쓰러져 대성통곡하며 울부짖는다.
"나는 어려서부터 아저씨 슬하에서 자랐고, 병학도 아저씨에게 배워 왔었다. 그러나 아저씨가 대의를 세우고 의병을 일으켜 대사를 도모하는 도중에 홀연 전사하셨으니, 나는 장차 이를 어쩌라는 말인가!"
항우의 울음이 어찌나 통절했던지 이를 듣던 부하 장병들도 모두 같이 울었다.
군사 범증이 항우의 슬픔을 위로하며 말했다.
"새로운 초나라를 일으켜 보려던 무신군(武信君)이 비록 돌아가시기는 하셨지만, 초나라의 대업(大業)은 성취된 것이나 다름없사옵니다. 우리를 따르는 군사들이 30만이 가까워 오고 있으니, 그 어찌 장래가 밝다고 하지 않을 수 있으오리까. 바라옵건데, 장군께서는 눈물을 거두시고 무신군의 유지(遺志)를 계승하여, 하루속히 목적을 달성하시도록 하시옵소서."
항우는 여전히 눈물을 흘리며 대답한다.
"무신군께서 최후의 승리를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으니 이처럼 슬픈 일이 어디 있단 말이오."
범증이 다시 말한다.
"무신군의 공적은 찬란하오나 이미 돌아가신 분은 어쩔 수 없는 일이옵니다. 대업을 완수한 연후에는 묘당(廟堂)을 새로 짓고, 해마다 제사를 융숭하게 지내 드리셔야 하실 것이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을 논의할 때가 아니옵니다. 장군께서 무신군에게 진정으로 효도를 하시려거든 무신군의 직위를 신속히 이어받으셔서, 진나라를 정벌하고 초국을 하루속히 재건하셔야 합니다."
"너무나 슬퍼서 눈물이 자꾸만 복받쳐 오르는 것을 어떡하오."
"아녀자들 모양으로 울기만 하시는 것은 오히려 효도에 어긋나는 일이옵니다. 냉철한 정신으로 돌아오셔서 대업을 성취하는 것만이 참된 효도의 길이라는 것을 아셔야 하옵니다."
항우는 그제서야 자기 정신을 되찾아 눈물을 거두며 결연히 말한다.
"군사의 말씀을 이제야 알아들었소이다. 그러면 진류로 달려가 무신군의 장사를 지내고 그 어른의 후사(後嗣)도 내가 물려받기로 하겠소.
항우는 모든 군사들을 거느리고 부랴부랴 진류로 달려갔다.
그리하여 유방을 비롯한 모든 장수들과 함께 항량의 장사를 성대하게 지내 주고 그 자리에서 항량의 지위도 계승 받았다.
이로써 항우는 초군의 최고 사령관이 된 것이었다.
[출처] 열국지 (熱國誌) (41) 항량의 전사(戰死)|작성자 소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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