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삼국지 063ㅡ황제와 대면하는 유비

이찬조 2020. 2. 16. 09:37

삼국지 063ㅡ황제와 대면하는 유비.

 

우리의 주인공 촌놈 유비가 조카뻘 되는 황제와 첫 대면을 하는데....

반가운 사람과 만나는 순간의 표현은 <전라도 버전>이 어울릴 듯 합니다.

황제 유협은 .....

유비가 숙부뻘 된다는 사실을 알자....

용상에서 벌떡 일어나 손뼉을 딱딱 치며 반가워 합니다.

"옴매 옴매...아재...

어쩐 일이다요?

아재를 이렇게 뜽금 없이 만나부요...잉...."

"워따 워따 조카....

허벌나게 반갑구만 잉...."

"그랑께 아재....

우찌께 살다가 인자사 나타났소?

아재...아재....

우리 한번 보둠아 붑시다."

"아따.....그래도 조카는 황제고....

나는 쫄따군디....

내가 보둠어 불먼 싸기지 없다고 안하 것능가?"

"옴매....아재하고 조카하고 보둠는디....

누가 뭐라하것소?

암시랑토 안체...."

"그라세...보둠아 불세...

황제 유협과, 우리의 주인공 촌놈 유비는 뜨겁게 포옹합니다.

"아따 횡제 조카 보둠응께 기분이 얼척없게 좋네 잉....."

"야...나도 아재비 보둠응께 겁나 좋소.

조정에 친척이 없어 무쟈게 외로왔는디....

인자 아재를 만나니 참말로 좋소.

그란디...으째야 쓰까잉....

아재가 벼슬이 없어서 쓰것소?

좌장군 벼슬이나 받아부쑈."

유비는 갑자기 황제의 중요 신하가 되었죠.

그때부터 사람들은 유비를 유황숙(황제의 아저씨)이라 부르게 됩니다.

이를 곁에서 지켜보던 조조의 눈이 샐쭉해집니다.

(저 촌놈을 내가 너무 키우는게 아닌가?

그렇다면 저 놈이 야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이곳에 묶어 둬야 한다.)

황제를 알현한 그날 이후 유비는 이해 못할 행동을 합니다.

숙소 뒤뜰에 채소밭을 만들더니 매일 농사일에만 몰두합니다.

관우와 장비가 투덜거리죠.

"형님...언제까지 농사나 짓고 있을 작정이요?

황제 조카 만나더니 벌써 배가 불러 만족하시오?"

"아이고...동상들....농사가 어때서?

세상 근심이 없으니 할 짓은 농사밖에 더 있느냐?

장비야...저기 <똥장군> 짊어지고 가서 똥좀 퍼오너라.

국물과 건더기(?)를 잘 섞어 떠와야 한다."

"우액!....저..전 비위가 약해서 그런 일은 못해요."

이때 조조의 하인이 오죠.

"유황숙을 나리의 댁으로 모셔오라는 분부가 계셨습니다."

유비가 조조의 집으로 가자.....

조조는 매실주를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덕...어서 오시오.

요즘은 채소 농사만 짓고 계신다면서요?"

"소문 들으셨군요.

저는 아무래도 군사를 부리는 전쟁보다는 농사일이 적성에 맞는 듯합니다."

"에이구...현덕...농사이야기는 접어두고....

오늘은 영웅에 대해 논해봅시다.

현덕은 오늘 날 진정한 영웅이 누구라고 생각하시는지?"

"글쎄요. 원술이 군사도 많고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올랐으니 영웅이라 보아야지요."

"흥..원술? 그는 황제를 자칭하는 역적이오.

내가 조만간 잡아 없앨 것이오."

"원소는 명문 귀족출신이라 과히 영웅이라 할만 하지요."

"원소? 그는 쥐배짱에 결단력도 없는 사람이오.

내가 과거 동탁을 장안으로 추격할 때 원소는 맹주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추격을 외면한 비겁자요."

"형주의 유표는 어떻습니까?"

"유표? 그 비쩍 마른 늙은이를 어디에 써먹겠소?

요즘 비아그라 먹고도 밤일(?)이 안돼서 제 마누라에게 매일 밤 혼난다고 들었소."

"강동의 손책은 요?"

"손책은 그 애비 손견 때문에 이름을 얻은 것뿐이오.

재벌 2세 야타족(?)과 비슷한 놈이오."

"글쎄요...저는 더 이상 생각나는 사람이 없습니다.

조승상께서는 누구를 영웅으로 생각하시는지요?"

"내가 생각하는 영웅이란 가슴으론 큰 뜻을 품고...

머릿속에는 뛰어난 계략이 있어야 하고...

천하를 감싸안는 포부와...

강철 같은 굳센 의지를 가진 사람이오."

"에이구...승상...그런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겠소?"

"있소!

"예? 누굽니까?"

"그런 영웅은 바로 현덕 그대와 나 조조 둘뿐이오."

그런데 이때 내리던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더니 요란한 천둥소리가 들립니다.

우르릉...쾅!

천둥이 내리치자 유비가 이상한 반응을 나타냅니다.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젓가락질을 하는 오른손이 미세하기 떨리기 시작합니다.

"현덕...왜 그러시오?

어디 아픈 데라도 있소?

아니면 저 천둥소리 때문에 그러시오?"

"아닙니다. 아픈 데는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나이가 몇인데 저까짓 천둥소리에 놀라겠습니까? 아무 걱정 마십시오."

우르릉...쾅....

또 한 번 천둥소리가 울리자.

유비의 얼굴이 더 창백해지더니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합니다.

또 한 번...우르릉...쾅!

세 번째 천둥이 울리자....

유비가 갑자기....

어허헉......하고 머리를 감싸더니 식탁 밑으로 기어들어갑니다.

"아니...현덕...왜 그러시요?"

부들...부들...."제...제가

어려서 천둥소리에 크게 놀란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천둥 트라우마가 생겼습니다.

부...부끄럽습니다."

"에이구...그깢 일에 부끄러울게 뭐요?

빨리 나와 술이나 한잔 더 받으시오.

그런데 왜 바지가 젖었는지요?"

"어....그..그만....

술을 많이 마셔 바지에 실례를 했소.

이...이런 망신이 어딨나?"

조조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이런 쪼다.....내가 사람을 잘못 봤구나.

이 사람도 영웅은 아니다.)

이때 관우와 장비가 유비를 모시러 왔습니다.

형님...비가 많이 와서 저희가 모시러 왔습니다.

그만 가시죠.

"그...그래 어서가자....

장비야 네가 나를 좀 업어다오.

내가 취했는데 저 천둥소리 때문에 좀 어지럽다."

"예...형님...길도 미끄러운데 제 등에 업히시죠."

유비는 조조와 작별하고 장비의 등에 업혀 숙소로 돌아갑니다.

"형님...갑자기 제 등에는 왜 업히셨는지요?"

"쉿....조조 눈에는 내가 등신처럼 보여야 한다.

조조의 눈에 내가 영웅으로 비춰지면...

그는 나를 이곳 허도에 가둬두려 할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천둥소리에 놀라는 척 했다

내가 농사를 짓는 척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형님...지금 소문을 듣자하니 원술이 군사들을 몰고 원소에게 투항하러 간다합니다.

황제의 자리를 원소에게 양보한다는 거죠."

"잘됐다.

원술을 핑계로 이 장안을 벗어나자.

내일 조조에게 가서...

원술을 칠테니 군사를 내 달라고 요구하자."

"좋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형님...그만 내리시죠.

무겁습니다."

"내리기 싫다....난 따뜻한 장비 네 등이 좋아."

유비는 무사히 조조의 감시를 벗어날 수 있을까요?

다음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