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국지 (66) 유방의 와신상담
유방은 장량과 함께 패상으로 돌아오자, 곧 중신 회의를 열고 항우에게 설움당한 일을 솔직하게 말해 주었다. 그러자 모든 중신들은 그 말을 듣고 한결 같이 분개를 하는 중에 조참(曺參)이 이를 갈며 소리 높여 말한다.
"주공께서는 마땅히 관중왕이 되셔야 할 것인데, 파촉으로 쫓겨 가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옵니다. 그것은 귀양살이를 가는 것이지, 그게 어디 논공행상입니까? 이것은 필연코 범증이란 자가 뒤에 숨어서 그런 책동을 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사태가 이렇게 된 이상, 우리는 파촉으로 쫓겨 갈 것이 아니라 항우와의 일전(一戰)으로 결판을 내야 합니다."
대장 왕릉도 조참의 의견에 찬동하면서 말한다.
"그렇습니다. 파촉으로 쫒겨가면 우리가 어느 세월에 고향으로 돌아올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싸우다가 몰살을 당하는 한이 있어도, 우리는 분연히 일어나서 싸움으로 결판을 내야 합니다."
그러자 번쾌도 덩달아,
"소장은 두 분의 말씀에 전폭적으로 찬성합니다. 만약 싸움을 하게 되면, 소장을 선봉장으로 삼아 주소서. 그러면 소장은 항우의 군사를 남기지 않고 괴멸시켜 버리겠습니다."
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유방은 그들의 말을 들을수록 새삼스럽게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알고 있다시피 초회왕께서 <함양을 먼저 점령하는 사람이 관중왕이 되어 함양에 도읍하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소. 그런데 항우는 왕명을 무시하고 <초패왕>을 자처하면서 나를 파촉으로 쫒아 보내려고 하니, 이런 기가막힌 일이 어디 있단 말이오. 파촉은 사람의 왕래조차 어려운 첩첩 산중이니, 우리가 그곳에 가게 되면 다시는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게 될 것이오."
유방은 감정이 격해져서 그 역시 모든 것을 전쟁으로 해결하려는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그러자 소하가 침착하게 입을 열어 말한다.
"주공께서는 감정에 치우치지 마시옵고, 이 문제를 어디까지나 냉철하게 판단해 주시옵소서. 파촉이 제아무리 첩첩 산중이라도 항우와 싸워서 참패하느니보다는 파촉으로 가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고 신은 생각되옵니다. 그 옛날 탕왕(湯王)과 무왕(武王)은 만인지상(萬人之上)이 되기 위해, 일시는 패자(覇者)에게 굴복을 감수하였던 고사(故事)도 있사오니, 주공께서는 그들의 지혜를 본받도록 하시옵소서. 파촉이 비록 불모의 벽지라고는 하오나, 그 대신 외적의 침략을 받지 않는 이로움은 있사옵니다. 우리가 그런 안전지대에 가서 현사(賢士)들을 모으고 백성들을 규합하여 군사 훈련을 강력히 시행하면, 천하를 도모하는 대사업도 능히 성취할 수가 있을 것이옵니다."
유방은 지금까지의 논의와는 다른, 소하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하며 장량에게 묻는다.
"장량 선생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장량이 즉석에서 대답한다.
"저는 소하 대인의 의견에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오?"
장량이 머리를 조아리며 다시 말한다.
"파촉이라는 곳은 진나라 시절에 죄인을 정배 보내던 곳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조금 전에 소하 대인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파촉은 산이 많고 길이 험하여 외침을 받을 염려가 전혀 없는 곳입니다.
따라서 그곳에서 실력만 잘 길러 놓으면 항우의 백만 대군도 능히 감당할 수가 있을 것이니, 어찌 나쁜 곳이라고만 말할 수 있으오리까. 바라옵건대, 패공께서는 낙심 마시고 하루속히 파촉으로 들어가시어 권토중래(捲土重來)의 대사업을 도모하도록 하시옵소서. 만약 패공께서 파촉으로 떠나실 날짜를 지연시키면, 어떤 불상사가 생길 지도 모르옵니다."
"불상사라뇨? 그것은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이오?"
"범증은 자나 깨나 패공을 해칠 계획을 꾸미고 있습니다. 만약 패공께서 파촉으로 속히 부임해 가지 않으시면, 저들은 우리가 불만을 가지고 싸울 채비를 하고 있는 줄로 오해하고, 병력을 움직여 우리를 치려고 할 것 입니다."
유방은 그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그러면서도 얼른 마음이 내키지 않는지, 대답하기를 주저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여이기 노인이 유방에게 말한다.
"주공께서 파촉으로 가시면 <세 가지의 이로움>이 있사옵고, 패상에 그냥 눌러 계시면 <세 가지의 해로움>이 있사옵니다."
유방이 반문한다.
"세 가지의 이로움과 세 가지의 해로움이란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이오?"
여 노인이 대답한다.
"파촉은 워낙 내왕이 험난한 곳인 관계로 우리가 그곳에서 무슨 일을 벌여도 항우가 알지 못할 것이니, 그것이 첫째 이로운 점이옵고, 지세가 험한 곳에서 군마(軍馬)를 조련하면 전투력이 유난히 강해질 것이니, 그것은 두번째의 이로운 점이 되겠고, 후일에 우리가 다시 관중으로 쳐나올 경우에는, 군사들은 모두가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기쁨에서 사기가 백배로 왕성해질 것이니, 이것은 세번째의 이로운 점입니다. 우리에게는 이처럼 이로운 점이 많사온데, 주공께서는 어찌하여 파촉으로 가시기를 주저하시옵니까?"
유방은 여 노인이 미처 몰랐던 일을 깨우쳐 주는 바람에 크게 기뻐했다.
장량과 소하도 여 노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해 마지않는다.
유방이 여 노인에게 다시 묻는다.
"광야군(廣野君: 여이기 노인의 작위)의 말씀을 들어 보니, 과연 그럴듯하구려. 그렇다면 패상에 그냥 눌러 있으면 세 가지의 해로움이 있다고 하셨는데, 세 가지의 해로움이란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러자 여 노인은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한다.
"이곳 패상은 한(韓), 위(魏) 등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사람의 왕래도 빈번한 관계로 우리의 군사기밀(軍事機密)이 항우를 비롯한 외국에 속속들이 새어나갈 요소가 부단히 많사오니, 그 점이 첫번째의 해로운 점입니다."
유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과연 그렇구려. 그러면 둘째, 셋째의 해로움은 무엇이오?"
"둘째는, 우리가 군사를 일으켜 항우를 치려고 할 경우에 범증이 우리의 실력을 미리 알고 있다가 우리의 헛점을 선수로 치고 나올 것이니, 그것이 해로움의 둘째이옵니다."
"음! 과연 옳은 말씀이오. 셋째는?"
"셋째는, 사람의 마음이란 간사하기 짝이 없는 것이어서 백성들은 정작 싸움이 일어나게 되면 현실적으로 우리보다도 세력이 강한 항우에게 가담하려고 할 것이니 그것이 세번째의 해로움이옵니다. 이렇게 이곳 관중에서의 삶은 이해관계가 복잡다단하오니, 주공께서는 일시적인 불만을 참으시고, 파촉으로 들어가셔서 천하를 새로 도모하도록 하시옵소서. 이제부터라도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각오를 다지신다면, 머지않아 천하를 얻게 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옵니다."
유방은 그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다.
"광야군의 말씀을 듣고 나는 크게 깨달았소이다. 그러면 지금부터 모두가 파촉으로 들어가 설욕의 대업을 만들어 가기로 하십시다."
그러자 장량이 머리를 조아리며 유방에게 아뢴다.
"저만은 이곳에서 작별을 고하고, 본국으로 돌아가게 해주시옵소서"
유방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선생께서 나를 버리고 본국으로 돌아가시겠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선생이 돌아가시면, 나는 누구와 더불어 어려운 지경을 헤쳐나가라는 말씀 입니까?"
장량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제가 없더라도 패공의 휘하에는 소하 대인을 비롯하여 광야군 ,번쾌 장군 등등 현사들이 기라성같이 많이 계시므로, 인재의 부족은 조금도 느끼지 않으실 것이옵니다."
그러자 소하, 여이기, 번쾌 등이 장량의 손을 움켜잡으며 간청한다.
"저희들은 오로지 선생만을 믿고 대업을 도모하려고 했던 것이옵니다.
그런데 선생이 떠나시면 저희들은 어떡하라는 말씀이옵니까?"
유방도 장량의 손을 움켜잡고 눈물로 만류하는 바람에 장량은 어쩔 수 없이 파촉으로 함께 떠나기로 하였다. 그러나 첩첩산중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파촉으로 떠나려니 유방의 심정은 처량하기가 그지없었다. 가도 가도 태산뿐인 파촉 만리(巴蜀萬里)로 가는 것은 귀양살이를 떠나는 것과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니 갈 수도 없는 길이기에 눈물을 머금고 떠나려고 하는데, 홀연 항우로부터 난데없는 호출장이 날아왔다.
"급히 상의할 일이 있으니, 즉시 출두하라!"
그렇다면 도대체 항우는 무슨 까닭에 유방을 긴급히 호출한 것일까?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사유가 있었다.
항우를 부추겨 유방을 파촉으로 쫒아 보내도록 책동한 사람은 다른 사람 아닌 범증이었다.
말하자면 범증은 유방을 파촉으로 쫒아 보내는 일에 보기 좋게 성공한 셈이었다.
그러나 범증은 이 일에 성공을 하고 나서,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 오행(五行)으로 점을 쳐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앗차! 유방을 파촉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었는데, 내가 커다란 실수를 저질렀구나!)
범증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크게 당황하였다.
그러면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다는 것일까 ?
그 이유는 이러하였다.
유방이라는 인물은 오행으로 따지면 화덕(火德)을 타고난 사람이었다. 그러기에 유방은 자기 군대의 깃발도 붉은 빛깔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유방이 부임해 가게 될 파촉은 서(西)쪽으로서 서방은 금(金)에 해당한다.
오행에는 <금이 불을 만나면 대성한다(金得火大)>는 점쾌가 있다.
그 점쾌대로 판단한다면, 유방은 파촉으로 가면 망하기는커녕, 오히려 크게 일어날 것이 분명하였다.
(내가 일생일대의 과오를 범할 뻔했구나.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유방을 파촉으로 보내지 말아야 하겠구나.)
범증은 마음을 그렇게 먹고 부랴부랴 항우에게 달려왔다. 그러나 자기가 꾸며 놓은 일을 자기 입으로 번복하기에는 위신에 관계되는 일이므로, 범증은 항우에게 이렇게 꾸며대었다.
"유방은 파촉으로 가라는 왕명을 받들었을 때, 귀양살이를 가는 줄로 알았는지 매우 불만스러운 표정이었습니다. 어쩌면 파촉으로 가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대왕께서는 유방을 직접 부르셔서 확답을 듣도록 하시옵소서."
항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묻는다.
"직접 물어 보아서, 만약 파촉으로 가고 싶지 않다고 하면 어떡해야 하겠소?"
"만약 자기 입으로 가고 싶지 않다고 대답한다면, 그것은 대왕의 명령을 거역하는 것이 되므로 마땅히 참형에 처해 버리심이 옳을 줄로 아뢰옵니다."
유방을 살려 두었다가는 반드시 후환이 있을 것 같아서, 범증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유방을 죽여 없애고 싶었던 것이다.
"음 ....., 승상의 말씀을 들으니 과연 그렇기도 하구려. 나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자를 살려 둘 수는 없는 일이지. 그러면 곧 유방을 호출하도록 하오."
이리하여 유방을 긴급 호출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러한 사유를 알 턱없는 유방은 생각지도 않았던 호출장을 받자 적잖이 불안하였다.
유방은 장량을 불러 호출장을 내보이며 물었다.
"항우가 느닷없이 이런 호출장을 보내 왔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히는 것이 좋겠소이까?"
장량은 호출장을 세밀하게 검토해 보고 나서 이렇게 대답한다.
"무슨 용무로 오시라는 것인지, 이 호출장만 보아서는 전혀 짐작이 되지 않사옵니다. 그러나 호출장을 받고, 가시지 않게 되면 <명령 불복종>이 될 터이니, 가시기는 가셔야 하겠습니다."
"왜 이런 호출장을 보내게 되었는지, 선생으로서도 짐작이 아니 되신다는 말씀이오?"
장량은 눈을 감고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다시 입을 열어 대답한다.
"추측컨대, 이번 일도 범증이 한 것 아닌가 싶사옵니다."
"범증이 무슨 일로 이런 장난을 친다는 말씀이오?"
장량이 다시 대답한다.
"범증은 지략도 비상하지만, 선견지명(先見之明)도 대단한 인물입니다.
그러기에 그는 항우의 장래를 위해서는 패공을 반드시 없애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사온데, 이번에도 무슨 구실을 잡아서 든지,
패공을 해치기 위해 부른 것이 아닌가 짐작되옵니다."
유방은 그 말을 듣고 크게 불안하였다.
"나를 죽이기 위해서 부른다면, 내가 가서는 안 될 것이 아니오?"
"가시지 않으면, 그 자체로써 <명령 불복종>의 죄가 성립되오니, 어떤 일이 있더라도 가시기는 가셔야 하옵니다."
"그러면 죽음을 각오하고 가라는 말씀인가요?"
"거기에 대한 대책은 간단합니다. 패공께서 항우를 만나시면, 항우는 패공을 처벌할 구실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로 질문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패공께서는 어떤 질문을 받으시든 간에 <모든 것은 대왕 전하의 분부대로 거행하겠습니다.>라고만 대답하시옵소서. 그러면 항우는 우직하고도 단순한 인물이기 때문에 어떤 위험도 모면하실 수가 있을 것이옵니다."
"고맙소이다. 그러면 선생의 말씀대로 항우를 만나러 가기로 하겠소이다."
유방은 용기를 내어 항우를 만나려고 침주로 향하였다.
항우는 유방을 만나자, 대뜸 다음과 같은 질문을 퍼부었다.
"내가 패공을 <한왕(漢王)>으로 봉한 지가 이미 여러 날이 지났건만, 공은 어찌하여 아직도 임지에 부임하지 않고 있소? 공은 파촉으로 떠나기가 싫어서, 패상에 그냥 눌러 있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오?"
유방은 장량으로부터 미리 주의를 받은 일이 있기에, 항우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이렇게 대답하였다.
"황공하옵게도 신은 한왕에 임명된 것을 무상의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사옵는데, 파촉으로 가는 것을 어찌 마다하겠나이까. 신은 오직 대왕의 명령에 복종이 있을 뿐이옵니다."
항우는 그 대답을 듣고 매우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면서도 어딘가 석연치 않은 바가 있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임지로 속히 떠나가지 아니하고, 아직도 패상에 그냥 머물러 있느냐 말이오?"
유방은 다시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한다.
"많은 식구가 먼 길을 한꺼번에 떠나자니, 준비 관계로 출발이 다소 지연되고 있으나, 불원간 떠나게 될 것이옵니다."
유방은 거기까지 말하고 잠시 뜸을 두었다가, 이번에는 머리를 깊이 숙여 보이며 다시 말한다.
"이 기회에, 신은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바를 대왕전에 한 말씀만 여쭙고 싶사옵니다."
"무슨 애긴지 어서 말해 보오."
"그러면 한 말씀만 여쭙겠사옵니다. 신은 마치 대왕께서 애용하시는 말(馬)과 같은 몸이어서, 대왕께서 채찍질을 하시면 무조건 앞으로앞으로 달려 나갈 것이옵고, 만약 대왕께서 고삐를 당기시면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다음의 명령을 기다릴 것이옵니다. 그 점만은 신을 의심치 말아 주시옵소서."
유방은 물론 언제까지나 항우의 그늘에서 종신할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그러나 먼 장래를 위해서는 순간의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와 함께, 따르는 아첨은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항우는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지극히 흡족스러워하며, 소리를 내어 크게 웃는다.
"하하하, 패공이 자기 자신을 나의 말에 비유한 것은 명담 중에 명담이오. 그러면 속히 돌아가 파촉으로 빨리 부임해 가도록 하오."
이리하여 유방은 죽을 고비를 또 한 번 넘기고, 패상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범증은 유방이 이번에도 무사하게 돌아가는 것을 보고 또다시 한탄해 마지않았다.
(아아, 항우는 이번에도 유방을 죽이지 않고 돌려보내 주었으니, 이런 원통한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항우가 워낙 우직하여, 유방의 술책에 번번히 속아 넘어가고 있으니, 이제는 내가 직접 나서서 유방을 죽여 버리기로 하리라. 그렇지 않으면 장차, 유방에게 천하를 빼앗겨서, 언젠가는 나 역시 항우와 함께 유방의 손에 죽게 될 것이 아닌가?)
범증은 유방이 제왕의 기상을 타고난 인물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를 지금 죽이지 않으면 항우와 자기가 그의 손에 죽게 되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유방을 죽여 버리기로 결심하였다.
범증으로서는 그야말로 <네가 죽느냐, 내가 죽느냐>하는 결사적 투쟁이었던 것이다.
[출처] 熱國誌 (66) 劉邦의 臥薪嘗膽 |작성자 소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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