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왕조실록

고려왕조실록 94 - 고종 9

이찬조 2021. 8. 19. 21:04

고려왕조실록 94 - 고종 9

- 김준(金俊, 김인준)의 집권 -2

 

 

김준의 처음 이름은 김인준(金仁俊)이었습니다. 그 아비 김윤성(金允成)은 본래 천한 노비로 자기 주인을 배반하고 최충헌의 노비로 들어가 김준과 김승준(金承俊)을 낳았습니다. 김준은 용모가 늠름하고 성품이 관후했으며 아랫사람에게도 겸손히 대했습니다. 또 활을 잘 쏘고 남에게 잘 베풀어 인심을 얻었습니다.

 

김준의 성격을 요즘말로 표현하면 사람 좋고, 허세 부리기도 좋아하고, 또 마당발이었던 것 같습니다. 본인은 비천한 신분 출신이면서도 여러 신분의 사람들과 두루 친분이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공과 사를 엄중히 구별할 줄 모르는 성격이었고, 날마다 의리를 뽐내는 젊은이들과 몰려다니면서 술을 들이키는 통에 집에 재산이라고는 없었습니다.  그러한 김준을 어떤 술승(術僧)이 그를 보고는, “이 사람은 뒤에 반드시 나라의 권력을 잡을 것이다.”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합니다.

 

최이(崔怡)가 정권을 잡고 있을 때는 박송비(朴松庇)와 송길유(宋吉儒) 등이 최이 앞에서 그를 추켜세우자, 그를 신임하게되여 출입할 때마다 반드시 김준으로 하여금 부축하게 하고 전전승지(殿前承旨)로 임명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김준이 최이의 애첩인 안심(안도)과 눈이 맞아 간통을 저지르는 사고를 치게 됩니다. 그 일로 그는 고성(固城 : 경남고성)으로 유배되었다가 몇 년 후에 돌아오게 됩니다. 그러한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후에 최이가 최항(崔沆)을 후계자로 삼은 것은 김준이 힘쓴 덕분이었습니다. 주인에게 진 죄를 갚은 것이지요.

 

최항이 정권을 이어받은 후 김준을 별장(別將)으로 임명하고 더욱 신임했는데, 최항이 죽자 정권을 이어 받은 최의(崔竩)가 최(崔瑀)양백과 유능 두 사람만을 신임하고 김준을 멀리하자, 김준은 내심 불만을 품게 됩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김준은 송길유 사건에 개입한 일이 최의에게 들통 나게 되어 더욱 발붙일 곳이 없는 처지가 되고 맙니다.

 

송길유는 미천한 출신이지만 힘이 천하장사인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최의의 외삼촌이었습니다. 최의 집권 후 그의 심복이 되어 출세를 한 인물인데, 권세를 부리며 온갖 못된 짓을 다하는 바람에 최의 정권이 여론의 비난을 받는데 한 몫을 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워낙 못된 짓만 골라서 백성들을 괴롭히다보니 수많은 상소가 빗발쳤는데, 그의 착취가 워낙 심해 결국에는 안찰사의 탄핵을 받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더 올라가면 도병마사에게 보고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최소 면직이나 파면이었습니다. 여기에 김준이 또 끼어들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김준과 유경이 작당해서 송길유의 탄핵을 사전에 막아온 사실을 최의가 알아버린 것입니다. 이일로 김준과 유경은 최의에게 심하게 질책을 받았고, 최의 앞에 엎드려서 빌었다고 하니 최의의 분노가 짐작이 됩니다.

 

최의는 송길유를 즉석에서 추자도로 귀양을 보내버리고 탄핵저지 사건을 마무리 하지만, 이후 김준과 유경을 절대 가까이 하지 않게 됩니다. 이리하여 최의의 가병장(家兵將) 지위까지 상실한 김준이 할 수 있는 일은 쿠데타 말고는 없었습니다. 이때가 김준의 쿠데타가 일어나기 두 달 전이었습니다.

 

드디어 고종 45년(1258), 쿠데타를 일으킨 김준, 유경, 박송비 등은 최의를 죽이고 정권을 왕에게 돌려주면서, 다음과 같이 건의합니다.

“최의는 백성을 돌보지 않고서 굶어죽는 백성을 그저 방관할 뿐 구휼하지 않으므로 저희들이 정의의 깃발을 들고 그를 죽였습니다. 바라옵건대 곡식을 내어 굶주린 백성을 구제함으로써 백성들을 위로하소서.”

 

왕은 김준을 즉시 장군(將軍)으로 임명하고, 위사공신(衛社功臣)의 호칭을 내려 이등공신으로 책봉하였으며, 얼마 후 우부승선(右副承宣)으로 임명하였습니다. 이리하여 최씨 무신정권은 막을 내리고 조정의 권력은 김준의 손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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