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전 (洪吉童傳) (4) 위기를 맞은 길동.
특재 크게 놀라 길동의 조화가 신기함을 알고 비수를 감추고 피하고자 했더니 , 문득 길은 끊어지고
층암 절벽이 가로막아 진퇴 유곡(進退維谷)이라, 놀라 사방을 돌아보며 방황하는데, 문득 피리 소리가 들리거늘 정신을 차려 살펴보니,
한 소동이 나귀를 타고 오며 피리 불기를 그치고 꾸짖는다.
"네 무삼 일로 나를 죽이려 하느냐? 무죄한 사람을 해치면 하늘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하며 주문을 염하니, 홀연 한 줄기 흙바람이 일어나며 돌과 모래가 후드득 날리며
큰 비 오듯 휘몰아 치는 것이었다.
특재가 정신을 간신히 차리고 살펴보니, 길동이 앞에 서 있었다.
특재 길동의 재주를 신기하게 여기나,
"어찌 나를 대적할수 있으리오?"
감췄던 비수를 꺼내들고 길동에게 와락 달려들며,
"너는 죽어도 나를 원망치 마라 . 초란이 무녀(巫女)와 내통하여 나를 시켜 너를 죽이려 함이니,
오늘 죽게 되더라도 나를 원망할 일이 아니로다!" 하며 칼을 휘두르거늘,
길동이 분기를 참지 못하고 요술로 특재의 비수를 빼앗아 버리고 크게 꾸짖는다.
"네 재물을 탐하여 사람 죽임을 좋이 여기니, 너 같은 무도한 놈은 죽여 후환을 없애리라."
하고 길동이 자신의 칼을 한번 크게 베어내니, 특재의 머리가 방중에 "떼구르르"..떨어졌다.
뒤이어 길동이 분기를 참지 못하고 바로, 무녀를 붙잡아 특재 죽은 방으로 끌고와 꾸짖는데,
"네 내게 무슨 원수진 일이 있기에 초란과 함께 나를 죽이려 작당 했단 말이냐 ?"
하고 요사한 무녀를 한 칼에 베어버렸다.
길동이 두 사람을 연이어 죽이고 난후 건상(乾象: 일월 성신이 돌아가는 이치)을 살펴보니,
은하수는 서로 기울고 달빛은 희미한지라 오늘의 슬픈 심회를 유감없이 보이고 있다.
뒤이어 길동, 분기에 당장 이대로 초란에게 달려가 그녀의 목을 벨까 하다가,
상공이 사랑하심을 깨닫고 망명 도생(亡命圖生) 함을 생각하고 바로 상공의 침소로 나아가
하직인사를 고하고자 하는데,
이때에 공이 창 밖에 인적이 있음을 눈치채고 창을 열고 보니 길동이 있어 물었다.
"밤이 깊었거늘 네 어찌 자지 아니하고 이리 방황하느냐?"
길동이 땅에 엎드려,
"소인이 일찍이 부생모육지은을 만분지 일이나 갚을까 하였사오나, 집안에 의롭지 못한 사람이
있어, 상공께 참소하고 소인을 죽이려 하매 겨우 목숨을 보전하였사오나, 이후 상공을 모실 길이
없기로 오늘 상공께 하직을 고하나이다."
공이 크게 놀라 말하는데,
"네 무슨 변괴 있기에 어린나이에 집을 떠나 어디로 가려 하느냐?"
"날이 밝으면 자연 아시려니와 , 소인의 신세는 뜬 구름과 같사오니,
상공의 버린 자식이 어찌 갈 곳을 두리까."
길동이 이같이 대답하고 두 줄기 눈물이 흘려내려 말을 잊지 못하므로
공이 그 형상을 보고 측은히 여겨 타이른다.
"내 너의 품은 한을 짐작하나니, 오늘부터 호부 호형함을 허락 하노라."
길동이,
"소자의 일편지한 (一片至恨)을 아버님이 풀어 주옵시니 죽어도 한이 없습니다.
바라옵건대 아버님은 만수무강 하옵소서."
하고 재배 하직하니, 공이 더 이상 붙잡지 못하고 다만 무사하기를 당부하였다.
길동이 또 어미 침소에 가 이별을 고한다.
"소자, 지금 슬하를 떠나매, 다시 뵐 날이 있사오리니, 모친은 그 사이 귀체를 보증하소서."
그 어미 이 말을 듣고 무슨 변괴 있음을 짐작하나, 어린 자식의 하직함을 보고 손목 잡고 통곡한다.
"네 어디로 가고자 하는냐? 한집에 있어도 처소가 서로 멀리 떨어져 매양 연연 하였더니,
이제 너를 정처 없이 보내고 어찌 잊으리요. 너는 곧 돌아와 모자 상봉을 하여라."
길동이 재배 하직하고 문을 나오매, 운산(雲山)이 첩첩하여 지향없이 행하니 매우 가련한 일이었다.
한편 초란이 특재의 소식이 없음을 의아히 여기고 사람을 시켜 알아 보게 하니, 길동은 간데없고
특재와 무녀의 주검이 길동의 방안에 있다는 소식이다.
날이 밝아 간밤에 집안에서 벌어진 끔찍한 소식을 들은 유씨부인,
아들 인형을 불러, 사태의 전말을 말하고, 공에게 고하게 하니 공이 크게 놀란다.
"길동이 밤에 와서 슬피 울며 하직하기로 이상히 여겼더니 이런 일이 있었구나."
아들 인형이 알아본 바, 그간의 초란의 숨겨졌던 계획조차 남김없이 아뢰니,
공이 크게 노하여 초란을 내치고, 조용히 그 시체들을 처치케 하고,
노복들을 불러 말을 내지 말 것을 분부하였다.
ᆢ다음회로ᆢ
'홍길동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길동전 6. 팔도에 홍길동 출몰 (0) | 2021.02.08 |
---|---|
홍길동전 5, 활빈당 수령이 되다. (0) | 2021.02.06 |
홍길동전 (洪吉童傳) (3) 길동의 갈등 (0) | 2021.02.04 |
홍길동전 2 (0) | 2021.02.04 |
홍길동전 1 (0) | 2021.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