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전(洪吉童傳) (2) 길동의 성장기
춘섬이 얼마후 , 태기가 있다고 고 하니, 홍공은 즉시 아랫 것을 시켜 춘섬의 거처를 외당에서 별당으로 옮기게하고 잡역을 물리치게 함으로써 첩실(妾室)의 지위를 부여하였다.
이때부터 춘섬은 태교에 힘쓰며 열 달 만에 옥동자를 낳았는데, 어린아기의 이목구비가 뚜렷하며
기골이 비범하매, 호걸의 기상을 타고 났음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을 지경이었다.
길동이 점점 자라 팔세가 되었는데, 총명이 뛰어나 하나를 들으면 백을 통하니,
이를 알아차린 공(公)이 애중(愛重)한 마음이 앞서나 본실의 자식이 아닌 첩출(妾出)의 소생이라 가까이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여, 때때로 길동이 호부 호형(呼父呼兄) 하면 꾸짖어 못하게 하였으니, 길동이 십 세가 넘도록
감히 부형(父兄)을 부르지 못하였고 비복의 대접은 아니 받았으나 길동 자신이 느끼는 부형과의 관계는 천대받는 시비와 다를바 없다 여기게 되었다.
가을이 깊어 소슬한 바람이 일기 시작하는 어느날 밤, 하늘에 밝은 달이 고고히 비치는 가운데
길동이 책을 읽다 문득 문을 밀치고 마당에 나와 자신의 처지를 한탄 하는데,
"대장부 세상에 태어나, 공맹(孔孟)을 본받지 못하면, 차라리 병법과 검술을 익혀 대장인(大將印)을 허리에 비껴 차고
동정서벌 (東征西伐)하여 국가에 큰 공을 세우고 이름을 만대에 빛냄이 장부의 마땅한 도리이리라."
"그러나 나는 어찌하여 일신이 적막하고 부형은 있으나 호부 호형을 못해, 가슴이 터질 것만 같으니, 이 어찌 통한(痛恨)치 않으리오."
하며 탄식을 하더니, 다음날부터 슬며시 사라지더니 저녁이 되어서야 나타나는데 온종일 땀을 흘린 모습이 역력 하였다.
하루는 그의 어미 춘섬이 묻되,
"아침 일찍 주먹밥을 싸가지고 나가 저녁에 이르러 들어오니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느냐?"
길동이 대답하되 ,
"산천경계를 유람하며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고 있나이다." 하였다.
어미 춘섬이 지극히 걱정되어 이르기를,
"매사를 행함에 부친의 명성에 누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는데 ,
길동을 바라보는 눈이 애처롭기 짝이 없었다.
"똑똑하고 특출한 아이 이건만, 천출의 몸에서 나온 까닭에 남들 처럼 뜻을 펴지 못하는구나" ..
길동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한숨만 길게 내뱉을 뿐이었다.
한편, 매일 집을 나서는 길동은 가까운 심신유곡에 들어 손수 만든 목검으로 검술 연습을 하였으니
타고난 비범함으로 검술의 진척은 날로 일취월장이라 .. 어지간한 대장과 겨루어도 지지 않을 형세였다.
그러던 어느날, 어느 고승이 동자승을 앞세우고 지나다 길동의 단련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고승이 이르길, "용기는 백배하나 지략은 모르겠네.."
길동이 소리를 듣고 공손히 대답하되 ,
"고승께서는 소인의 면모가 들여다 보이시나이까?"
그러자 고승이 말을 하는데 ,
"대장부 큰 뜻을 펴는데 검술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터, 도술(道術)도 익혀야 할 것이다."
길동 다시 공손히 되묻는데 , "어느 분을 찾아야 하오리까?"
"너 매일 오는 이곳으로 오면 될 것 인즉, 내가 가진 재주를 네게 전수하리라"
길동이 감격하여 허리를 깊이 숙여 감사를 표할 즈음,
고승이 동자승의 손을 잡고 순식간에 "스르르" 사라진다.
길동이 놀라 고승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
고승은 축지법(縮地法)으로 이미 길동에게서 아득히 멀어져 있었다.
~3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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