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실록(106) 경종 영조 3 - 경종의 함정

이찬조 2021. 5. 4. 06:11

조선왕조실록(106) 경종 영조 3 - 경종의 함정

노론이 경종을 압박해 연잉군을 세제로 삼도록 한 것은 엄연한 무리수였습니다. 소론이 이 문제를 들고 나섰습니다.

소론 유봉휘는 다음과 같이 상소하였습니다.

비록 그 성명을 다시 논의할 수 없을지라도 신하가 임금을 우롱하고 협박한 죄는 밝히지 않을 수 없사옵니다.

긴장한 노론은 즉각 유봉휘에게 집중포화를 퍼부었습니다.
명이 내려져 온 나라가 기뻐하는데 유봉휘는 무슨 심장으로 국본을 흔드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국문하여 저의를 밝히소서

논란 끝에 유봉휘는 유배를 가는 것으로 일단락되었고, 조정이 온통 노론세력임은 다시 한 번 확인되었습니다.

세제를 세우는 일에 성공한 노론은 자신감을 얻은 김에 다음 단계의 일을 추진하였습니다.

세제 책봉이 있은 지 보름 후, 노론 조성복이 총대를 멨습니다.
전하께서 신료들을 만나거나 일을 결정하실 때 세제를 불러 시좌케 한다면 나라 일 도움이 될 것이옵니다.

완곡한 표현이지만 세제에 의한 대리청정을 감히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물러나라는 주장 못지않은 위험천만한 주장입니다)

그런데 경종은 즉각 대리청정을 수용하는 비망기를 내렸습니다.
내게 병이 있어 만기를 친람할 수 없으니, 영명한 세제로 하여금 대소 국사를 모두 청정하게 하라.

궁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소론 최석항은 늦은 밤에 달려와 청대해서는 명을 거두어 줄 것을 울며 빌었습니다.

그러자 경종은 한 번의 물림이나 망설임도 없이 대리청정의 명을 회수해버렸습니다.

일이 이렇게 되어버리자 대리청정을 말리지 않은 노론계 대신들의 입장이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임금이 대리청정을 하겠다고 하면 신하들은 죽기로 이를 말리는 것이 왕조시대 신하의 당연한 도리였습니다.

소론계 대신들이 이를 비판하자 노론계는 지엽적인 문제를 가지고 반격을 가하였습니다.
중신 최석항 깊은 밤 청대는
규례에 어긋나는 일이오니 최석항과 이를 아뢴 승지를 벌하소서.

그러나 모처럼 기세를 잡은 소론은 물러나지 않고 더욱 거센 공격을 퍼부었으며, 밀리면 역도로
처단될 수도 있는 노론 역시
사생결단으로 맞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를 말없이 지켜보던 경종은
다시 비망기를 내렸는데, 그 내용은 세제로 하여금 대리청정토록 하라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