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영국 프랑스 여행 2001

이찬조 2009. 11. 30. 17:37

교육전문직 국외 연수보고서


□ 일정 : 2001.10.14~10.27(14일간)

□ 참석자

  - 단장 : 김성기 (교육인적자원부 정책분석과 사무관)

  - 단원 : 하현희 (경남 거제교육청 장학사)

            김차진 (교육인적자원부 공보관실 교육연구사)

            김진구 (광주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사)

            박종은 (교육인적자원부 교원양성연수과 교육연구사)

            전광수 (인천광역시북부교육청 장학사)

            김대원 (교육인적자원부 교육과정정책과 교육연구사)

            정용하 (대전광역시교육청 교육정책담당관실 장학사)

            정은주 (교육인적자원부 학교정책기획팀 교육연구사)

            이찬조 (교육인적자원부 총무과 교육행정주사)



Ⅰ. 서론


  교육인적자원부 교육연구사 및 전국 시․도교육청 장학사로 구성된 교육전문직 국외연수 1단 10명은 ’01. 10. 14(일)부터 10. 27(토)까지 2주간의 일정으로 영국과 프랑스 교육 실태를 둘러보기 위해 떠났다.

  ‘국외 연수’라고 하면 대부분 적당히 놀고 적당히 배우고 돌아와서는 보고서 한 장 제출하면 된다는 안이한 의식을 갖는 경우를 주위에서 많이 보아 왔지만, 젊은 장학진으로 구성된 1단의 연수단원들은 의미 있는 연수를 위해서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했다는 사실을 기내(機內)에서부터 알 수 있었다.

  사실, 우리 교육계는 지식 정보화 사회로의 전이(轉移) 과정에서 시대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해 나가기 위해 심한 진통을 겪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이번 연수 기간 내내 국외연수를 통해서 선진 여러 나라들은 교육을 어떻게 지혜롭게 발전시켜 왔는지, 오늘을 사는 그들은 어떤 자세로 21세기 겨레 교육을 준비하고 있는지를, 우리가 보고들은 자료만을 가지고 사실적으로 기술하고자 노력하였다.



Ⅱ. 연수의 내용


  이번 연수기간 동안 우리에게 부여된 연수내용은 첫째, 장학행정 제도, 둘째 Public School과 Grammer School의 실태, 셋째, 프랑스 IUFM(교사 양성 제도)운영 실태, 넷째, 영재교육 및 초․중등학교 운영 실태를 둘러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부여받은 연수 내용뿐만 아니라 당해 국가가 처한 사회 환경 속에서의 교육 실태를 파악하고, 평생교육 체제를 통한 인력활용 실태 등 교육 전반적인 면모를 살펴보고, 아울러 이와 비교하여 우리교육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대안을 모색해 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우리는 질문지를 미리 준비하여 단원간에 질문이 중복되지 않도록 했으며, 짧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했다. 우리는 각 교육 기관을 방문하면서 나름대로 준비했던 질문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초등학교>

  ㅇ 유치원 교육과 초등학교 교육과정의 연계 실태

  ㅇ 교육과정 구성 및 과목 배치

  ㅇ 교원 1인당 평균 수업 시수

  ㅇ 학급당 학생수

  ㅇ 수업장학의 방향 및 장학사와 학교의 협력 방안

  ㅇ 교사 연수 현황


<중등학교>

  ㅇ 교원 정년 문제

  ㅇ 학부모회의 조직 현황 및 역할

  ㅇ 직업학교 진학 체제 및 진로 지도 현황

  ㅇ 교육정보화 인프라 구축 현황 및 교육용 소프트웨어 제작․보급 현황

  ㅇ 산․학 협동 현황 및 평생교육과 연계 방안

  ㅇ 일반계와 직업학교 학생의 교차지원 여부

  ㅇ 실업계 고교의 문제점

  ㅇ 독서지도 현황 및 학교 도서관 운영 실태

  ㅇ 생활지도 및 체벌 현황

  ㅇ 교사근무 평정 및 결과 반영

  ㅇ 교원별 평균수업 시수, 학급당 학생수


<교육청>

  ㅇ 교육감의 선출 방법, 역할

  ㅇ 장학사(관) 선발 과정 및 교감(장)으로의 전직 여부

  ㅇ 교장의 자격, 유효기간, 임용 방법 및 노조가입 여부

  ㅇ 교육청 직제(장학직과 행정직의 이원화 정도)

  ㅇ 장학사(관)의 역할, 위치, 권한, 대우

  ㅇ 교사의 근무평정과 결과 반영

  ㅇ 교육부-광역교육청-지역교육청의 역할 분담

  ㅇ 교원노조와 학부모회의 갈등해소 방안

  ㅇ 학생 안전 사고 발생시 조치 내용



Ⅲ. 연수의 실제


 □ 영국 사회 및 교육 제도의 특징

   ㅇ Council(區) 중심의 지방자치 정착

      영국은 지방 분권화가 정착된 나라로서 민의(民意)에 의한 역동적 교육 환경을 끊임없이 준비해 나가고 있었다. 초․중등교육은 물론 대학교육 또한 구(Council) 단위의 행정기관에서 지원하고 조정해 나가는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모든 학교는 중앙정부의 일방적 지침과 통제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치단체별, 그리고 학교별로 학교장을 중심으로 교직원들이 나름대로의 질서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었다.


   ㅇ 보편화된 인권 교육

      영국은 제국주의 정책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에 식민지를 운영해 왔기 때문에 다양한 인종이 섞여서 살고 있지만, 학교나 사회에서 인종 차별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의 경우와는 너무나 다른 환경이기 때문에 쉽게 판단하기는 어렵겠지만, 피부색에 관계없이 누구나 영국 국민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포용하는 그들의 관대한 의식과 교육정책은 분명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외국인들에 대해 차별을 매우 심하게 하는 나라 중의 하나로 세계인들에게 알려지고 있다고 하는데, 영국에서 그 해결책의 일단을 보는 것 같았다.


   ㅇ 무한한 기초과학 잠재력

      영국은 산업혁명이 최초로 발생한 나라이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릴 만큼 대영제국으로서의 위상을 누려왔고, 지금도 엄연히 존재하는 영연방의 중심국가이다. 현재 국력이 약간 쇠퇴해 있다고는 하나 그들의 잠재력이 남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갔었는데, 그들의 기초과학에서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미국은 응용과학을 발전시켜 현재 엄청난 부(富)를 구가(謳歌)하고 있지만, 영국은 기초과학 분야에서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제력만 뒷받침되면 곧바로 막강한 경쟁력을 지닌 나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ㅇ 상류 계층의 솔선수범

      영국은 현대에도 귀족이 엄연히 존재하는 나라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웬 ‘귀족’이냐고 반문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영국의 귀족은 중세 사회의 귀족이 아니었다. 그들은 전쟁이 발발하게 되면 제일 먼저 전쟁터로 달려나가는 모범을 보인다고 한다. 만약 귀족이 평민이나 괴롭히고 자기들 권한만 주장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영국 국민들에게 비쳤다면, 과연 영국 국민들이 귀족 제도를 계속 존속시키는 데 동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反問)하는 것을 보고 귀족에 대한 그들의 존경심을 엿볼 수 있었다. 귀족들은 그 숫자가 현저히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영국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든든한 한 축(軸)임에 틀림이 없어 보였다.


   ㅇ 사회제도․전통 속에서 우러난 합리적 생활

      영국에 가서 매우 적응하기가 힘들었던 점은 교통 체계가 우리와는 매우 다르다는 점과 담배꽁초를 길가에 함부로 버리는 데 예외가 없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보통 운전석이 왼쪽, 차선은 오른쪽을 이용하지만, 영국은 우리와는 반대로 운전석은 오른쪽, 차선은 왼쪽을 이용하고 있었다. 자동차를 가장 먼저 창안해낸 영국인들은 마차를 탈 때부터 그랬던 것처럼 오른쪽에 앉아서 운전을 하고 있다.

      마부(馬夫)가 오른쪽에 앉았던 이유는 오른쪽 손으로 채찍을 사용함으로써 좌측 인도(人道)의 길가는 행인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려는 철저한 타인중심의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담배꽁초를 길가에 마음대로 버릴 수 있는 이유는 담배 값에 쓰레기 처리비용을 포함시켜 실업문제와 연계되도록 장치를 해 두었기 때문이었다.

      세계의 다양한 문화 중 어떤 것이 더 가치가 있으며, 더 편리한 지 의 여부를 떠나 그들의 오랜 전통과 경험을 오늘날 자동차 문화, 실업 제도 속에 되살려 정착시켜 나가고 있는 그들의 독특한 문화적 자존심과 경험 철학의 자부심을 직접 눈으로 목격할 수 있었다.


  □ 프랑스 사회 및 교육 제도의 특징

   ㅇ 중앙집권적 교육제도 정착

      프랑스는 영국과는 달리 나폴레옹 시대 이후부터 철저한 중앙집권 교육방식을 정착시켜 놓았다. 물론 영국과 비교하여 어느 것이 더 낫다는 가치 판단은 금물이라고 본다. 프랑스 대혁명을 이끌었던 그들의 뛰어난 민주주의(民主主義)의식에 비추어 본다면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프랑스인들은 국가가 국민들에게 교육, 의료, 직업 등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당연한 의무로 여기고 있었다. 여기 프랑스인들에게 있어서 정부는 귀찮은 존재, 약탈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를 보호해주고, 내가 세금을 내는만큼 나의 이익을 보장해 주는 믿음직한 존재였다.


   ㅇ 우수한 대학 경쟁력

      소르본느 대학에 갔을 때, 대학의 질 제고를 위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느냐는 물음에 국제교육협력담당관은 “현재 대학의 질적 측면에서는 최고 수준으로 운영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별도의 발전 계획을 세울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려주었다. 혹자는 자만심에서 우러나온 답변이 아니냐고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인문과학 계통에서 프랑스는 늘 경쟁력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에 대한 해명은 충분할 것 같다. 그리고 그 우수한 경쟁력의 원천은 오직 연구 결과에 의해서만 대학 교수 평가가 이루어진다는 시스템의 우수성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학문적 연구 업적만으로 대학 교수의 존재를 평가할 뿐, 일체의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대학에서 누구인들 예외를 꿈꿀 수가 있겠는가?


   ㅇ 교육의 기회균등과 타인의 지적 능력 인정의 절묘한 조화

      프랑스 사회에서는 평등을 ‘기회의 균등’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우리의 경우는 ‘결과의 균등’이 우세하여 결과적으로 나에게 손해가 미치면 평등한 사회가 아니라고 우기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어떠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차별받지 않는다는 믿음이 정착된 프랑스 사회에서 국민들은 비록 내 자식이 아니더라도 뛰어난 인재라면 국가의 동량으로 키우는 데 동의하는 아량을 가지고 있었다. 그랑제꼴이 그 대표적 예라고 볼 수 있는데, 프랑스에서는 그랑제꼴 학생들에게는 일반 대학생에 비해 무려 수십배의 교육비가 투입된다고 하였다. 누구에게나 그랑제꼴 시험을 볼 수 있도록 기회가 주어지지만 그랑제꼴에 합격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따라서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학생들에게는 국가에서 막대한 교육비를 투입하여 인재로 키워내는 시스템을 보고 평등성과 수월성의 ‘조화’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ㅇ 장학 기능에 충실한 장학사의 역할

       프랑스에서는 장학사의 본질적 역할에 대해 통찰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장학사는 프랑스 교육의 알파요 오메가라고 불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장학사는 수업의 질을 향상시키는 장학(獎學)의 기능에만 전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우리나라 장학사들이 행정역할을 맡고 있다는 말을 매우 의아해하며, 서로가 잠시 놀란 적이 있었다. 장학사가 제 기능을 잘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수업의 질을 향상시키는 시스템, 장학사를 돕기 위한 조력자(助力者)를 다양하게 배치함으로써 행정 우위의 폐단을 지양하는 교육 본위(本位)의 시스템을 보고 우리 교육도 장학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교육개혁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ㅇ 교육자 군(群)을 통한 보편적 국민 육성 제도

      프랑스에서는 ’89년에 개정된 국가교육계획서에 따라 교육자 군(群)이란 개념이 보편화되어 있었다. 단지 가르치는 문제에서 벗어나 여러 교사들이 공동으로 아이들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진다는 의미였다. 씨줄과 날줄을 잘 엮듯이 아이들에 대한 정보를 촘촘히 엮어 네트워크화함으로써 아이들의 소질과 적성을 잘 계발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하였다는 점에서 배운 바가 많았다. 어린 시절에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 본 학생은 성인이 되어서도 남을 사랑할 수 있는 정신적 자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실을 그들은 실제로 교육 현장 속에서 실천해 가고 있었다.


  □ 유럽 교육제도의 시사점

   ㅇ 철저한 아동 중심 교육

      영국과 프랑스는 인접해 있으면서도 분명히 제도나 의식 측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아동의 이야기를 존중하는 교사, 아동에 눈높이를 맞추는 교육 시스템만큼은 두 나라에 차이가 없었다. 물론 이는 학급당 학생수가 우리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적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 교사들이라고 학습자 주도의 교육 방법을 실천하고 싶지 않을까마는, 학급당 인원수가 40명 이상 되는 교실에서 아동 중심의 효율적 수업을 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우리나라도 국정 운영의 우선순위를 매길 때 ‘교육’을 앞자리에 세워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야 교육 개혁 정책이 실질적으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지금이라도 정부, 교원단체, 학부모 등 교육가족들이 협심하여 선진국에서 일상화된 학습자 중심의 수업을 우리 실정에서 어떻게 지혜롭게 구현해낼 것인가에 대해서 머리를 맞대고 곰곰히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ㅇ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될 것에 대한 명확한 구분

      유럽인들은 우리와 달리 매우 개방적 사고를 지니고 있었다. 나라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자유롭게 사고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겉으로는 보기에는 “무질서하고 혼란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 나름대로는 보이지 않는 질서를 마련하고 있었으며, 사회 질서를 파괴하는 자에게는 철저한 응징을 가함으로써 시민들이 준법을 생활화하도록 끊임없이 사회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이 무르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이러한 말은 ‘법’ 자체가 없어서라기보다는 법 집행에 형평성이 없다거나, 법을 어겼을 때 뒤따르는 사회적 응징이 약하여 법을 잘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도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될 것에 대한 명확한 구분을 국민들이 명확히 인식하고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기본교육에 충실한 교육 시스템을 정비하여야 할 것이다.


   ㅇ 제도화된 대학 경쟁력

      어둡고 길었던 중세를 극복하고 근대 문명을 창조한 유럽인들답게 그들의 행동에는 늘 도전의식이 배어있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 정신은 현재에도 중요한 가치로 인식되고 있었으며, 젊은 지성들의 학문적 진취성 속에서 앞으로도 이 정신은 큰 역할을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왜냐하면 대학이 진리탐구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국가와 국민들이 특별히 배려하고 있는 현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의 대학생들에게는 입학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공부하지 않고서는 배겨낼 수 없는 대학 시스템을 더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국가는 인재 양성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은 연구를 통해 사회에 이바지하는 대학의 경쟁력 시스템, 그 곳에 유럽 국가들의 경쟁력이 숨어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다가왔다.


   ㅇ 여유있는 시민의식

      우리를 태우고 다닌 영국인 관광버스 운전사가 처음 우리 일행을 만나자마자 농담처럼 건넨 인사가 “빨리빨리”였다. 한국인들이 “빨리빨리란 단어를 그들 앞에서 얼마나 자주 사용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해 런던이나 파리 시민들은 경적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등 느긋한 편이었다.

     요즘은 『느림의 미학』이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급격한 문명사적 변화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와 같이 성장 제일주의 경제 정책으로 급속하게 발전한 나라일수록, 개인의 삶의 질과 사회 복지 수준이 경제발전 속도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에 이런 비판은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성장과 복지의 균형과 조화에 인색하였기 때문에 양적으로는 비대해진 대신 질적 성장에 대한 사회적 합일은 부족한 현실이다. 따라서 다음 세대를 책임질 우리 아이들로 하여금 무조건 바쁘게만 살 것이 아니라 ‘왜 사는가?’, ‘어떻게 하면 타인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 등 철학적 물음에 대해서도 넉넉히 대답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삶의 가치 함양과 경제적 풍요를 동시에 추구하는 여유있는 자세를 교육을 통해 가르쳐야 할 것이다.


   ㅇ 실용적인 직업관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는 체계적인 직업교육이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굳이 공부를 강요할 필요가 없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여러 교육 기관을 둘러보면서 우리는 그 말의 의미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국가는 총체적 인력관리 시스템을 마련해 놓고 누구든지 평생동안 일을 할 수 있도록 평생교육 체제를 가동하고 있었다.

      물론 일부 학교의 교육 모습만 살펴보고 단편적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겠지만, 유럽의 경우처럼 학교와 지역사회, 그리고 산업체가 긴밀히 협력하여 양질의 노동인력을 계속 배출해내는 시스템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1세기에는 우리도 학벌보다 능력 우위의 인적자원을 길러냄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적자원의 양성․활용․재교육․재배치 등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계획을 마련하여 제대로 실천해 나가야 하겠다.

      졸업장을 따기 위해 가는 대학이 아니라 정말 공부를 하기 위해 가는 대학이 되어야 하겠으며, 기능인에 대한 대우를 상당한 정도로 개선하여 학벌에 따른 사회적 차별이 더 이상 심화되지 않도록 우리의 의식을 차츰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Ⅳ. 결론


    결론적으로 우리는 서구 사회의 아동 중심 교육관을 우리 현실에 맞게 수용하여 우리 아이들을 가장 행복한 미래의 주인공으로 키워 나가야 하겠다. 그러자면 사회적 합의에 의한 교육 기준이 마련되고, 예산과 제도가 이를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다만, 시스템은 제대로 정비하지 않고 사람만 탓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새겨 볼 일이다. 우연히 영국, 프랑스, 독일의 교육자들과 한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오고간 대화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 교육에 투자되는 비율이 GNP 대비 5% 미만이라고 이야기했더니 그들은 놀라워하며 “어떻게 그 비용으로 교육을 해나갈 수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것을 듣고 우리도 교육에 대한 투자를 체계적으로 확충하여 나가는 등 교육의 미래 가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 나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인상적인 모습은 장학사가 ‘장학’이라는 고유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도 장학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늘 이야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장학사들은 ‘장학’ 업무에만 종사하는 것은 아니다.   

     장학사가 훌륭한 행정 능력을 발휘하여 좋은 정책을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이기는 하다. 하지만 장학사가 장학(獎學)을 통해 교육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교육계의 혼란을 극복하고 질 높은 인재 양성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교육개혁은 교실의 수업 형태를 바꾸고 아동들의 참여를 얼마나 밀도있게 유도해 내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장과 가장 근접해 있는 장학사가 장학 기능에 충실할 수 있도록 행정 위주의 교육 관행을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제시하면서 14일간의 보람된 교육전문직 국외연수 보고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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