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왕조실록

고려왕조실록 33 - 성종 4

이찬조 2021. 7. 20. 13:34
고려왕조실록 33 -성종4
* 거란과의 전쟁 -2

성종은 신하들을 모아 놓고 난상토론을 하였습니다. “전하께서는 수도로 돌아가시고, 대신 한명으로 하여금 군대를 인솔하고 가서 투항을 청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우선 서경 이북의 땅만을 적에게 넘겨주고 황주로부터 철령에 이르는 경계선으로 국경을 정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일 것으로 사료 되옵나이다.” 신하들의 입에서 나오는 대책이라는 것이 대부분 이러하였습니다.

이에 성종은 신하들의 의견에 따라 서경 창고에 쌓아 두었던 쌀을 주민들에게 마음대로 가져가라고 나누어주었습니다. 그런데도 쌀이 많이 남자, 성종은 이 쌀들이 거란의 궁량미로 이용될 것을 우려하여 대동강에 버리라고 명하였습니다.

이에 서희가 참지 못하고 나서서 “식량이 넉넉하면 성을 가히 지킬 수 있고 싸움에서 승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전쟁에서 승패는 병력이 강하고 약한데에만 달린 것이 아니고 적의 약점을 잘 알고 행동하면 승리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귀한 쌀을 버리려 하십니까. 하물며 양식이란 백성들의 생명을 유지하는 물건인데, 차라리 적에게 이용 될지언정 어찌 강물에 흘려 보내버린단 말입니까. 이는 하늘의 뜻에도 부합되지 않으리라 생각하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성종은 서희의 의견을 옳게 여기고 그만두게 하였습니다. 서희는 다시 한 번 아뢰었습니다. “거란의 동경으로부터 고려의 안북부에 이르는 수 백리 어간은 모두 생여진이 차지하고 있었던 것을 광종 때에 이를 되찾고 성을 쌓았는데, 이제 거란의 의도는 이 두 개의 성을 탈취하려는 데 불과한 것이 분명하고, 그들이 고구려의 옛 땅을 되찾겠다고 주장하나 실상인즉 우리를 두려워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그들이 병력을 과시하는 것만으로 서경 이북을 떼어준다면 그들의 계책에 말려 들어가는 것이고 올바른 대책이 아닙니다.

그들이 만약에 산각산 이북을 모두 내놓으라고 강요한다면 그 땅 또한 모두 고구려의 영토인데 모두 내 주겠나이까. 하물며 국토를 떼어 적에게 바친다는 것은 만세에 치욕입니다. 성상께서는 수도로 돌아가시고 저희로 하여금 적과 한번 판가리 싸움을 하게 하신 후에 다시 논의 하여도 늦지 않으리라 생각 되옵니다.” 이번에도 성종은 서희의 주장을 옳게 여기고 서희의 의견을 따르기로 하였습니다.

한편 화의를 신청하러 왔던 이몽전이 돌아간 뒤에도 한동안 고려 진중에서 아무런 답변이 없자 소손녕은 안융진을 공격하였습니다. 그런데 예상을 뒤엎고 소손영의 군대는 고려군에 패하여 퇴각을 하게 됩니다. 고려를 얕보는 마음이 없지 않았던 소손영은 아차 싶어 다시 공격을 하지는 못하고 진중에 머문 채 사람을 보내 항복을 독촉하기만 합니다. 이에 성종은 화통사(和通使, 강화를 체결하는 사신)를 합문사(閤門使, 정6품으로 담당실무책임자 정도의 계급) 장영을 보냈으나 거란 진영에서는 지위가 높은 대신을 보내오라고 요구하면서 장영을 쫓아버립니다.

장영이 힘없이 돌아오자 성종은 여러 대신을 모아놓고 누가 거란 진영에 가서 화친을 성사시키고 오겠냐고 물었으나 아무도 자원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에 서희가 나서 “제가 비록 불민하나 감히 전하의 왕명을 받들겠나이다.”하고 자원하자 성종은 크게 기뻐하며 강가에까지 배웅을 나와 그를 위로하며 전송하였습니다. 자칫하면 협상이 파탄이 나면, 소손영의 칼에 목이 떨어져 나갈 수도 있는 불리한 상황에서 의젓하게 나서는 서희에게 성종은 무한한 애정을 느꼈을 것입니다. 서희는 통역관만을 데리고 뚜벅뚜벅 적진으로 향합니다. 그의 운명 그리고 고려의 운명은 어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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