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왕조실록

고려왕조실록 35 - 목종 1

이찬조 2021. 7. 23. 07:16

고려왕조실록 35 - 목종 1

* 목종의 즉위와 어머니 헌애왕후의 불륜

 

목종은 980년 경종과 경종의 제3비인 헌애왕후 황보씨의 사이에서 태어난 이름은 송(誦), 자는 효신(孝伸)이었습니다.

 

목종은 경종의 사망 당시 2살에 불과하여 왕위를 잇지 못하고 당숙인 성종이 물려받았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 것입니다.

 

비록 성종이 아들이 없어 목종에게 선위가 되었으나 살육을 동반하며 왕위를 빼앗고 빼앗기는 왕조의 역사를 볼 때, 성종의 인자하고 욕심이 없는 성품은 찬양받아 마땅하다 하겠습니다.

 

목종은 성품은 착하고 의기가 굳세어서 어려서부터 임금의 도량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권력에 욕심이 많은 어머니 그늘에서 자라다 보니 다소 나약한 성격으로 변하였고, 술을 좋아하고 사냥을 즐겼습니다.

 

어느 임금이든 즉위 당시에는 안으로는 선정을 베풀어 백성들에게는 존경받고 밖으로는 부강한 나라를 만들어 후대에도 추앙받는 임금이 되기를 기대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목종은 다소 나약한 성품인데다 강성한 어머니 헌애왕후의 그늘에서 방탕의 유혹에 빠져들어 즉위 초기부터 위험한 상황에 처할 우려가 상존하고 있었습니다.

 

열일곱 살의 나이에 왕위에 오른 목종은 어머니 헌애왕후의 수렴청정을 받게 되었는데, 나이 어린 임금을 대신하여 그 어머니가 대신 정사를 맡아 돌보는 것은 흔히 있는 일로 그녀의 수렴청정 역시 문제 삼을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헌애왕후의 불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녀는 김치양이라는 인물을 끌어들여 정을 통하고 불륜의 씨앗처럼 사내아이까지 낳은 일만은 쉽게 용인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김치양은 헌애왕후의 외척이 되는 인물이었는데, 그들의 사이가 뜨거워진 것은 목종이 즉위하고 난 이후가 아니고, 성종 임금시절부터 두 사람은 공공연하게 불륜행각을 벌여왔던 것입니다.

 

그러한 일이 성종에게 발각되어 김치앙은 장형을 받고 귀양살이까지 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전력이 있는 두 사람이다 보니 아들이 임금이 되었으니 장차 펼쳐질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내연녀가 수렴청정을 하고 있는 마당이니 그는 거리낄 것이 없었습니다.

 

이것저것 눈치 볼 필요가 없었던 헌애왕후는 김치양을 자신의 숙소인 천추궁으로 다시 불러들였고, 두 사람의 관계는 예전보다도 더 뜨거워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헌애왕후가 권력욕이 대단하듯이 김치양 또한 권력에 대한 욕심이 만만치 않은 인물이었다는 것 입니다.

 

실제로 그는 헌애왕후의 몸과 마음을 장악한 것처럼 고려의 조정을 야금야금 정복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오래지 않아 우복야(右僕射, 尙書省에 속한 정2품직으로 정무차관 계급) 겸 판삼사사(判三司事, 종1품으로 대법원장에 준함)에 오른 김치양은 조정의 인사권을 장악하고 부정한 뇌물로 매관매직을 일삼았습니다. 부정축재로 재물을 긁어모은 그는 여성전(廲星殿)이라는 3백간이 넘는 대저택부터 지었는데, 외관부터가 왕궁의 전각보다도 더 크고 호화로웠습니다.

 

그는 자신의 침실을 한가운데에 배치하고 주위에 작은 방을 여러개 만들어 놓고는 선녀같은 여성들 수십 명을 거느린 채 신선놀음을 하였습니다. 뿐만이 아니고 정원에는 큰 연못을 파고 작은 배를 띄워놓고 수시로 헌애왕후와 밀애를 즐기곤 하였습니다.

 

또한 그는 자신의 고향인 동주(황해도 서흥군)에 농민 수 천명을 동원하여 자신의 사찰 성숙사(星宿寺)를 크게 짓고 궁성 밖 서북쪽에 십왕사(什王寺)를 지어 이를 자신의 원찰로 삼기도하는 등 무모한 짓을 거듭하니 백성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를 듯했으리라는 것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대신들 어느 누구도 감히 나서서 그를 책망하거나 소를 제기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까딱 잘못하면 자신의 목줄까지 끊어질 판에 누가 감히 나설 수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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