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전 (洪吉童傳) (9) 병조판서 홍길동
상이 들어본즉 ,
맞는 말이다 싶어 길동에게 병조 판서를 제수함은 물리치고
홍길동의 형인 경상 감사 인형에게 길동 잡기를 재촉하니,
이에 경상 감사는 어찌할 바를 모르더니 하루는 길동이 공중에서 내려와 절하고 말한다.
"소제 지금은 정작 길동이오니 형님은 아무 염려 마시고 결박하여 한양으로 보내소서."
"이 무지한 동생아.너도 나와 동기거늘 부형의 말씀을 듣지 아니하고 나라를 소란케 하니
어찌 애석치 않으랴. 네 이제 정작 잡혀가기를 자원하니 도리어 기특한 아우로다."
감사 급히 길동의 왼쪽 다리를 보니 과연 붉은 점이 있었다.
곧 길동의 사지를 오라로 결박하고 함거에 실어 건장한 장교 수 십인을 가려 철통같이 에워싸고 풍우 같이 한양 길로 떠나는데 길동의 안색이 조금도 변치 아니하였다.
여러 날 만에 한양에 다달아 궐문에 이르러 길동이 몸을 한번 요동치자, 오랏줄이 끊어지고 함거가 깨어지며 길동이 마치 뱀이 허물을 벗어 던지듯 공중으로 떠 오르며 표연히 운무(雲霧)에 묻혀 사라지니 장교와 여러 군사들이 어이없어 하며 공중만 바라보며 넋을 잃을 따름이었다.
이같은 연유를 상달하니 상이 들으시고, "이와같은 일이 세상 천지에 있으리오?"
하시며 크게 근심 하시니 제신 중에 한 사람이 말하기를 "길동의 소원이 병조 판서를 한번 지내면 조선을 떠나리라 하오니 그의 원을 풀어주면 스스로 사은(謝恩)할 것이니 이때를 기회로 붙들면 좋을까 하옵니다."
상이 옳다고 여겨 곧 홍길동을 병조 판서로 제수하신다는 방을 사대문에 붙였다.
그러자 길동이 사모 관대를 갖추고 대궐에 나타났다.
백관이 의논하기를 "길동이 대궐에 입시하여 사은하고 나올적에 도부수(刀斧手)는 맹복하였다가
길동이 나오거든 일시에 달려들어 쳐 죽여라."
하고 약속을 정하였더니 길동이 궐내에 들어가 임금께 절하고,
"소신이 죄악이 크거늘 도리어 천은을 입고 평생의 한을 풀고 돌아가오니 성상은 만수 무강하소서."
말을 마치고 몸을 공중에 솟구쳐 구름에 싸여 가니 그 가는바를 알 수 없더라.
길동이 본거에 돌아와 "내 다녀올 곳이 있으니 그대들은 아무데도 출입치 말고 나 오기를 기다리라."
도둑들에게 이르고 곧장 몸을 솟구쳐 남경으로 향해 가다가 한 곳에 다다르니 이곳은 율도국 이었다.
길동, 사방을 살펴보니 산천이 청수하고 수목이 건실하여 가히 안신(安身) 하기에 적절하고 옥야 전답이 가득하여 사람 살기에 적당하였다.
내심으로 "내 이미 조선을 하직하였으니 이곳에 와 은거하였다가 대사를 도모 하리라."
하며 표현히 본거에 돌아와 모든 사람에게 일렀다.
"그대들은 조만간 양천강(陽川江)에 가서 배를 많이 지어 이곳을 떠날 준비를 배에 싣고, 모월 모일에 한양 한강에 대령하라. 내 임금께 간청하여 쌀 일천 석을 얻어올 것이니 그대들은 기일을 어기지 마라."
길동이 쌀 천 석을 얻어 삼천 적당을 거느리고 한양을 떠나 남경 제도섬에 다달아 수천 호의 집을 짓고
농업에 힘쓰며 한편으로 무기를 만들며 군법을 연습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군사와 양곡이 넉넉하였다.
어느날 길동이 모든 사람을 불러,
"내 망탕산(茫碭山)에 들어가 화살촉에 바를 약을 구해 올 것이니 그대들은 그사이 이곳을 잘 지켜라."
하며 그날로 발선(發船)하여 망탕산으로 떠났다.
..
상이 들어본즉 ,
맞는 말이다 싶어 길동에게 병조 판서를 제수함은 물리치고
홍길동의 형인 경상 감사 인형에게 길동 잡기를 재촉하니,
이에 경상 감사는 어찌할 바를 모르더니 하루는 길동이 공중에서 내려와 절하고 말한다.
"소제 지금은 정작 길동이오니 형님은 아무 염려 마시고 결박하여 한양으로 보내소서."
"이 무지한 동생아.너도 나와 동기거늘 부형의 말씀을 듣지 아니하고 나라를 소란케 하니
어찌 애석치 않으랴. 네 이제 정작 잡혀가기를 자원하니 도리어 기특한 아우로다."
감사 급히 길동의 왼쪽 다리를 보니 과연 붉은 점이 있었다.
곧 길동의 사지를 오라로 결박하고 함거에 실어 건장한 장교 수 십인을 가려 철통같이 에워싸고 풍우 같이 한양 길로 떠나는데 길동의 안색이 조금도 변치 아니하였다.
여러 날 만에 한양에 다달아 궐문에 이르러 길동이 몸을 한번 요동치자, 오랏줄이 끊어지고 함거가 깨어지며 길동이 마치 뱀이 허물을 벗어 던지듯 공중으로 떠 오르며 표연히 운무(雲霧)에 묻혀 사라지니 장교와 여러 군사들이 어이없어 하며 공중만 바라보며 넋을 잃을 따름이었다.
이같은 연유를 상달하니 상이 들으시고, "이와같은 일이 세상 천지에 있으리오?"
하시며 크게 근심 하시니 제신 중에 한 사람이 말하기를 "길동의 소원이 병조 판서를 한번 지내면 조선을 떠나리라 하오니 그의 원을 풀어주면 스스로 사은(謝恩)할 것이니 이때를 기회로 붙들면 좋을까 하옵니다."
상이 옳다고 여겨 곧 홍길동을 병조 판서로 제수하신다는 방을 사대문에 붙였다.
그러자 길동이 사모 관대를 갖추고 대궐에 나타났다.
백관이 의논하기를 "길동이 대궐에 입시하여 사은하고 나올적에 도부수(刀斧手)는 맹복하였다가
길동이 나오거든 일시에 달려들어 쳐 죽여라."
하고 약속을 정하였더니 길동이 궐내에 들어가 임금께 절하고,
"소신이 죄악이 크거늘 도리어 천은을 입고 평생의 한을 풀고 돌아가오니 성상은 만수 무강하소서."
말을 마치고 몸을 공중에 솟구쳐 구름에 싸여 가니 그 가는바를 알 수 없더라.
길동이 본거에 돌아와 "내 다녀올 곳이 있으니 그대들은 아무데도 출입치 말고 나 오기를 기다리라."
도둑들에게 이르고 곧장 몸을 솟구쳐 남경으로 향해 가다가 한 곳에 다다르니 이곳은 율도국 이었다.
길동, 사방을 살펴보니 산천이 청수하고 수목이 건실하여 가히 안신(安身) 하기에 적절하고 옥야 전답이 가득하여 사람 살기에 적당하였다.
내심으로 "내 이미 조선을 하직하였으니 이곳에 와 은거하였다가 대사를 도모 하리라."
하며 표현히 본거에 돌아와 모든 사람에게 일렀다.
"그대들은 조만간 양천강(陽川江)에 가서 배를 많이 지어 이곳을 떠날 준비를 배에 싣고, 모월 모일에 한양 한강에 대령하라. 내 임금께 간청하여 쌀 일천 석을 얻어올 것이니 그대들은 기일을 어기지 마라."
길동이 쌀 천 석을 얻어 삼천 적당을 거느리고 한양을 떠나 남경 제도섬에 다달아 수천 호의 집을 짓고
농업에 힘쓰며 한편으로 무기를 만들며 군법을 연습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군사와 양곡이 넉넉하였다.
어느날 길동이 모든 사람을 불러,
"내 망탕산(茫碭山)에 들어가 화살촉에 바를 약을 구해 올 것이니 그대들은 그사이 이곳을 잘 지켜라."
하며 그날로 발선(發船)하여 망탕산으로 떠났다.
..
'홍길동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길동전 11, 홍판서의 절명 (0) | 2021.02.10 |
---|---|
홍길동전 10, 길동의 첫사랑 (0) | 2021.02.10 |
홍길동전 8. 스스로 잡힌 홍길동 (0) | 2021.02.08 |
홍길동전 7. 홍길동 체포 작전 (0) | 2021.02.08 |
홍길동전 6. 팔도에 홍길동 출몰 (0) | 2021.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