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60> 선조 8
- 선조임금, 파천하다!
조선의 마지막 희망 신립의 패전소식을 들은 조정은 공포감에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이들은 속으로, 남은 한 가지 길은 파천, 즉 도성을 버리고 도망가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먼저 파천을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에 선조가 입을 열었습니다. "사태가 이 지경이라면 파천하는 것밖에 도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나 대부분의 대신들은 파천을 반대했고, 이산해와 유성룡이 파천의 부득이성에 동의하였으며, 신하들은 이산해를 파직할 것을 청하였습니다.
파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고, 실제로 이미 식솔을 피신시켰는가 하면, 스스로 물러나 도망갈 궁리를 하면서도, 파천의 책임을 지지 않고자 마음에도 없는 결사항전을 외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파천 반대에 실제로 목숨을 건 신하는 하나도 없었고, 결국 파천은 피할 수 없는 결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선조는 부랴부랴 평소 마뜩찮아 하던 광해를 세자로 세우고, 4월 30일 백성의 눈을 피해 새벽에 피난길에 오르니, 파천 반대를 부르짖던 신하들도, 궁궐 호위를 맡은 갑사도 거의가 도망가 버려 호송하는 종친, 문무관이 100명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울며 가로막는 백성들 몇을 본보기로 베고(명분만 찾는 신하들보다 평범한 백성이 훨씬낫네 그런데 베다니 하는짓마다 꼴통짓이야 선조) 황급히 길을 떠나 이 날 저녁에 간신히 임진강을 건넌 선조는 건너편나루를 끊고 배들을 모두 가라앉힐 것과 뗏목을 만들지 못하도록 인근의 인가를 모두 철거할 것을 명하였습니다.
왕이 도성을 떠나자 성난 백성은 궁궐을 습격해 불을 질렀습니다.
이 때 실록의 사초, 승정원 일기, 노비문서를 보관하던 장례원, 형조 관아, 임해군의 집 등이 모두 불탔습니다. 임금은 도망가고, 백성은 궁궐을 습격하고...기가 막힙니다.
조정은 강행군 끝에 이튿날인 5월 1일 개성에 당도해 한 숨을 돌렸는데, 여기서도 조정의 삽질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대간들은 파천을 주장한 이산해의 파직을 다시 주청했고, 결국 이산해와 유성룡은 파직되었습니다.(이그 그놈의 명분)
이미 파천을 한 마당에, 그리고 전쟁에 나라가 망하게 생긴 마당에 파천을 먼저 주장한 사람을 파직하는 것이 말이나 되겠습니까
그리고 파천을 결정한 것도 선조이고,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최고 책임자도 선조인데, 다 같이 도망쳐 온 주제에 누가 누구를 파직한단 말인지, 한심도 이런 한심이 없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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