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실록(123)> 정조 4 - 정조시대 개막

이찬조 2021. 5. 12. 20:30

<조선왕조실록(123)> 정조 4 - 정조시대 개막

보위에 오른 정조가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은 전회에서 본 것과 같은 척신들을 제거하는 것이었습니다.

정조가 세손 시절의 경험과 공부를 통해 깨달은 것은 과도하게 발호하는 척신을 뿌리 뽑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정치는 물론 임금의 자리도 위태해 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사헌 이계가 시동을 걸어주었습니다.

- 국정을 농단하고 전일에 전하의 대리청정을 반대한 정후겸을 역률로 다스리시고, 화완옹주를 내치소서.

정조는 이를 간압해 그대로 집행토록 했습니다. 그러나 신하들의 요구는 그게 다였습니다. 이에 정조는 분노했습니다.

-하찮은 정후겸에 대해서는 죄를 청하면서 기세가 하늘에 닿아 있는 자에 대해서는 머뭇거리고 두려워하니, 이런 대간들을 어디에 쓰겠느냐?

그제서야 몇 건의 홍인한 토죄 소가 올라왔고, 정조는 일단 홍인한을 유배 조치하였습니다.

이어 홍인한 측근인 윤약연을 잡아들여 국문을 하자 윤약연은 뜻밖에도 홍국영을 해하려는 뜻을 갖고 있음을 실토하였습니다.

정조는 대노했습니다.

-국가의 안위가 호흡지간에 달려 있을 때 시종일관 과인을 보호해 간 이는 오직 홍국영 하나뿐이다. 이 사람을 제거하려는 계획은 곧 나의 우익을 제거해버리려는 흉심이다.

정조의 본심을 본 신하들이 앞다투어 토죄에 나섰고, 드디어 정조는 홍인한과 정후겸을 역률로 묶어 사사해 버릴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대비의 오라비 김귀주가 홍인한의 사사 후 그 배후에 형 홍봉한이 있다며 그의 처단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러나 척신 제거를 결심한 정조가 또 다른 척신인 김귀주의 요구를 받아들일 이유는 없었습니다.

김귀주의 득세를 우려한 정조는 근거 없는 모함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김귀주를 유배조치하고, 홍봉한에게는 면죄부를 주었습니다.

이로써 정조는 즉위 즉시 이렇다할 지원 세력도 없는 가운데 장인인 홍봉한을 제외한 최강의 척신인 홍인한, 정후겸, 김귀주 등을 모두 정리한 것입니다.

정조의 시대가 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