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실록(122)> 정조 3 - 척신 정치(2)

이찬조 2021. 5. 12. 20:29

<조선왕조실록(122)> 정조 3 - 척신 정치(2)

외척들인 홍봉한과 김씨가의 싸움은 양 쪽 모두의 입지 약화를 가져왔고, 이 와중에 정후겸이라는 새로운 척신이 부상하게 되었습니다.

영조가 무척 아꼈다는 화완옹주는 정우량의 아들 정치달에게 시집갔는데, 결혼 8년 만에 후사도 없이 남편이 죽고 말았습니다.

외로운 그녀가 일가 중 하나를 양자로 들이니 그가 바로 정후겸입니다. 영조는 옹주를 아끼듯이 정후겸 또한 몹시 아꼈고, 정후겸은 열일곱의 나이에 과거에 합격하여 스물에 승지에 오르며 승승장구하였습니다.

한편, 홍봉한 가문은 세손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중앙정치에 영향력을 키우려 했으나, 정작 세손은 자라면서 홍봉한 등 외가 척신들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습니다.

- 사위를 버리는데 같이 해 놓고 외손자를 지켜주겠다고?

세손이 홍봉한 가문을 멀리하자 이들은 위기감을 느꼈고, 수완이 좋은 홍봉한의 동생 홍인한은 새롭게 떠오르는 젊은 실세 야심가 정후겸에게 접근했으며, 이 둘은 쉽게 의기투합했습니다.

정후겸 때문인지, 영조 50년에 홍인환은 좌의정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고, 결국 영조가 죽기 전 3년은 홍인한, 정후겸 듀오가 최강의 권력 실세로 군림하게 되었습니다.

영조 51년, 영조는 나이 82세에 세손에게 대리청정을 하겠다는 발표를 하였습니다.(다 해 먹고 죽을 때가 다 되어서)

세손으로부터 싸늘한 눈길을 받던 홍인한과 정후겸은 장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세손의 대리청정을 반대했고, 이에 세손은 홍인한을 정면 공격하여 그 기를 꺽어 놓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세손의 심복 홍국영은 세손의 명을 받아 서명선으로 하여금 영조에게 상소를 올리게 했습니다.

- 대리청정은 오직 나라를 위한 일인데, 홍인한은 동궁이 나라 일을 알게 할 필요가 없다 했으니, 동궁이 알지 못하면 어떤 사람이 알아야 하겠나이까?

영조는 서명선의 상소가 일리 있다 하며 세손으로 하여금 대리청정을 하게 하였고, 석 달 뒤 눈을 감았습니다.

영조의 뒤를 이어 등극한 정조는 자신의 등극을 사실상 반대한 것과 다름 없는 홍인한, 정후겸 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