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실록(129)> 정조 10 - 정조암살설

이찬조 2021. 5. 17. 21:19

<조선왕조실록(129)> 정조 10 - 정조암살설

조선 왕들의 죽음 가운데 그 죽음에 의문과 의혹이 이는 경우는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독살설은 당대에 왕의 죽음을 아쉬워하거나 백성들의 공분을 사는 신료에 대한 원망에서 나오거나 아예 현대의 일부 사람들이 왜곡하고 지어낸 것이 대부분으로, 소현세자나 고종을 제외하면 간단한 정황 증거조차 찾을 수 없는(오히려 독설로 볼 수 없는 증거가 많은) 음모론에 불과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조의 경우도 현대에 들어, 그 죽음에 대한 몇 가지 석연찮은 점을 들면서 노론 벽파의 거두 심환지와 정순왕후의 주도로 암살되었다는 주장이 많이 제기됩니다.(소설, 드라마, 영화에서는 암살설을 기정사실화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극적 재미를 위한 것으로 가려 이해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정조 암살설은 재미를 위한 음모론에 불과합니다. 그렇게 보는 이유 몇 가지를 살펴 보겠습니다.

- 최근 정조가 심환지에게 보낸 편지들이 많이 공개되었는데, 이를 보면 이들의 관계가 서로 죽고 죽이는 관계가 아닌 점이 드러납니다.

- 왕을 폐위하고서도 곧 죽이지 못하고 유배지에서 자연사할 때까지 내버려 둘 수밖에 없는 왕조 시대의 풍토에서, 심환지나 정순왕후가 비교적 강력한 왕권을 행사하던 정조를 암살하지 않으면 안 될 부득이한 상황이 당시 있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 정조의 아들 순조 시대에 심환지가 제거되는데, 이때에도 선왕 독살에 관한 사항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 여러 기록에 의하면 정조는 애연가에 주당에 식사도 불규칙하게 했고, 본인 스스로도 잦은 질병에 괴롭다는 탄식을 많이 했으며, 실제로 정조가 그리 단명한 사람이 아닙니다.(정조는 재위기간이나 나이에 있어 가장 평균적인 왕의 삶을 살다 간 인물)

- 독살 시점은 정조의 몸이 많이 쇠약해진 상태인데(급사), 죽이려면 진작 죽일 것이지 다 죽어가는 판에 손을 댄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조 이후 수렴청정으로 정권을 잡을 수밖에 없는 정순왕후가 막판에 굳이 무리할 이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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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는 말년에 온 몸에 종기가 잠도 잘 수 없었고 음식도 먹지 못했습니다. 온갖 처방이 다 소용없었고 몇 되의 피고름을 쏟기 일쑤였습니다.

1800년 6월 28일, 정조는 무너진 기력을 회복하지 못한 채 의식을 잃었고 별다른 유언도 남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재위 25년에 50세였습니다.

그리고 정조가 죽은 후 그의 아들이 11세의 나이에 등극하니 이가 조선 23대 왕 순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