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실록(181)> 망국 18 - 아관파천(2)

이찬조 2021. 6. 19. 13:11
<조선왕조실록(181)> 망국 18 - 아관파천(2)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한 아관파천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사람 중 하나는 엄상궁 입니다.

그녀는 5살의 어린 나이에 경복궁에 들어가 후에 명성왕후의 시위상궁이 되는데, 못생기고 뚱뚱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일개 궁녀에 불과했던 엄상궁이 놀랍게도 고종의 눈에 들어 승은을 입었고, 결국 명성황후의 진노를 사 32세 때 궁궐 밖으로 쫓겨났습니다.

그런데 1895년 일제에 의해 명성황후가 살해되고 5일이 지난 후 고종은 10년 전에 내쫓긴 엄상궁을 불러들였습니다.

그리고 아관파천이 있기 며칠 전부터 엄상궁은 심복 궁녀 하나를 대동하고 가마 두 채로 궁궐 출입을 했습니다. 이와 같이 가마 두 채에 대한 일본군의 경계를 해제시킨 후, 사건 당일 다시 가마 두 채에 고종과 왕세자를 태워 궁궐 탈출을 성공시켰던 것입니다.

1897년 궁으로 돌아온 고종은 황제로 등극하고 대한제국을 선포했으며, 고종의 아기를 임신했던 엄 상궁은 44세의 나이에 황제의 아들을 낳았고, 엄상궁은 당연히 황귀비로 책봉됩니다.

엄상궁이 낳은 이 아기가 바로 11세에 마지막 황태자가 된 후 볼모로 일본에 끌려가는 비운을 맞은 영친왕입니다. 엄귀비는 아들을 그리다 끝내 보지 못한 채 1911년 7월 20일 58세로 눈을 감습니다.

아관파천으로 졸지에 조선에서의 영향력을 상실한 일본은 러시아와의 전쟁까지 검토했으나, 아직은 러시아와 전쟁을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보고, 일단 협상을 추진하였습니다.

- 두고 보자!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에 야마기타가 참석하여 로바노프와 5월 28일부터 6월 9일에 걸친 비밀회담을 통해 체결한 ‘로바노프·야마가타의정서’입니다.

- 장래 필요한 경우에 러일 양국이 조선을 공동 점거할 것을 약속..

사정이 이러한데도 조선의 관민은 러시아의 침투를 오히려 환영했으니...

이를 계기로 러시아는 조선의 보호국을 자처하며, 압록강 연안과 울릉도의 삼림채벌권, 채광권 등 등 각종 경제적 이권을 챙겼고, 알렉시예프를 고문으로 파견해 조선 재정을 요리하였으며, 그 외 구미 열강도 철도 부설권 등 주요 이권을 모조리 챙겨갔습니다.

1897년 2월 25일, 고종은 러시아의 영향에서 벗어나라는 내외의 압력에 따라 러시아 공관을 떠나 경운궁(덕수궁)으로 환궁하고 국호를 대한제국, 연호를 광무로 고치고 왕을 황제라 칭하여 중외에 독립제국임을 선포하였습니다.

독립제국을 선포했지만, 허무한 메아리에 불과함은 고종도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지혜롭고 편한 엄상궁을 택한 고종의 맘이 이해가는 건 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