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왕조실록

고려왕조실록 12 - 11

이찬조 2021. 7. 11. 14:57
고려왕조실록 12 - 태조 11

* 통일의 기운이 꿈틀거리다.

931년 2월 정유일에 신라 경순왕은 태소 겸용을 사신으로 보내 태조에게 신라를 방문해 달라는 요청을 하고, 태조는 기꺼이 이에 응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태조는 친위대 50여 명의 기병을 거느리고 신라의 수도 경주에 입성하였는데 경순왕은 친히 궁궐 정문 밖까지 영접을 나와서 기다리다가 태조가 다가오자 절을 하며 맞이하였습니다.

태조 일행을 위한 임해전에서의 연회에서 취기가 오른 경순왕이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운수가 불길하여 견훤에게 심중한 침해를 받고 있으니 이 통분한 사정을 어찌하면 좋겠소?” 한 나라의 왕으로 위엄과 체신도 잊은 채 눈물을 흘리는 경순왕을 보며, 임금이 되어 한 나라를 경영한다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태조 역시 위로의 눈물을 흘리며 서로의 동맹을 다짐하였습니다.

태조는 경순왕의 극진한 대접 속에 한 달 정도를 머물다 5월 계미일이 되어서야 신라를 떠나게 되었는데, 태조가 떠날 때 경순왕은 유럼을 인질로 데려가도록 하였습니다. 이는 고려의 뜻에 반하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는 약조의 표시이었을 것입니다. 태조와 경순왕이 우애를 나누면서 작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신라의 백성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치하 하였습니다. “전에 견훤이 왔을 때는 승냥이나 범을 만난 것 같더니 지금 왕공께서 오심에는 부모를 뵙는 것과 다름이 없구나.”

이렇게 태조는 위로는 신라의 왕으로부터 밑으로는 일반 백성에 이르게 까지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었습니다. 강제로 나라를 빼앗으려 했다면 신라는 미력하지만 있는 힘을 다하여 고려에 대항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태조가 형제와 같은 두터운 정과 덕으로 대하니 경순왕은 그로부터 4년 뒤 만조백관과 온 나라를 통틀어 태조에게 바치면서 신하가 될 것을 청하게 됩니다.

바야흐로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후삼국 사이에 통일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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