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왕조실록

고려왕조실록 18 - 혜종4

이찬조 2021. 7. 14. 13:53
고려왕조실록 18 - 혜종 4

*임금은 날개를 잃고 왕자들은 권력을 탈취하다.

당시 혜종의 권력 기반은 오로지 박술희와 왕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왕규가 혜종을 시해하려 했음이 밝혀지면서 박술희와 왕규는 서로 적으로 변하고 맙니다

신변의 위협을 느껴 날마다 처소를 옮겨 다니다시피 했던 혜종과 마찬가지로 박술희도 아군에서 적군으로 변한 왕규와, 호시탐탐 지존의 자리를 엿보고 있는 왕자 요와 소, 이들 때문에 박술희도 항상 100여명의 호위무사들을 대동하고 다녔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의 안전에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하리라는 것을 본인은 정작 몰랐던 것입니다. 이제나 저제나 기회를 엿보던 왕자 요가 박술희에게 반역의 뜻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덮어씌운 것입니다. 지엄한 궁궐 내에서조차 100여명의 호위무사들을 데리고 다니니 그런 의심을 받는 것도 당연 하였겠지요.

그리하여 박술희는 강화도 갑곶으로 귀양을 가게 됩니다.

정적 중에 한명이 제거되자 왕자 요는 때를 놓치지 않고 서경에 진을 치고 있던 왕식렴의 군사를 개경으로 불러들임에 따라 고려의 정국은 고스란히 왕자 요의 손아귀에 들어 온 샘이 되고 말았습니다.

왕자 요는 사람을 보내 박술희를 죽여 버리고, 왕규 역시 반란모의 혐의를 씌워 귀양을 보냈다가 자객을 시켜 귀양지에서 죽여 버립니다.

한편 혜종의 병세는 날로 악화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혜종이 병을 얻은 것은 왕권 쟁탈의 소용돌이 속에서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주위에서 조여 오는 압박에 정신적으로 늘 강박감을 가지고 살아야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혜종은 거듭되는 왕규와 두 왕자들의 위협 속에서 성격까지 변하여 나중에는 작은 일에도 화를 벌컥벌컥 내고, 의심이 많아지고, 공평한 처사를 하지 못하는 편향되고 외골수적인 성격의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용포를 걸치고도 이렇듯 불안하고 비참한 생활을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로 병이 깊어져 세상을 하직하게 되었다고 하지만,박술희와 왕규를 죽여 버렸듯이 혜종도 왕자 요가 시해하였는지도 모릅니다. 혜종의 죽음에 대한 병명이나 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지지기반이 취약하여 재위기간 내내 의지와 상반되는 처신을 하면서 신변의 위협으로 항상 불안 불안하면서 살아야 했던 혜종의 시대는 막이 내리고 충주를 기반으로 막강한 세력을 배경으로 호시탐탐 왕위를 노려왔던 혜종의 배다른 두 왕자 요와 소가 연달아 등극을 하게 되니 그 들이 고려의 3번째 임금인 정종과 4번째 임금인 광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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