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왕조실록

고려왕조실록 36 - 목종 2

이찬조 2021. 7. 23. 07:16

고려왕조실록 36 - 목종 2

* 목종의 절망과 타락

 

목종은 자신의 나이가 어려 대신에 정사를 돌보는 어머니 헌애왕후가 하는 일을 지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자신을 대신하여 국정을 돌보는 어머니에게 감사의 표시로 천추태후로 그녀의 위상을 높여 주었습니다.

(사실은 김치양이 그렇게 하라고 시켰겠지만 --.)

 

그러던 어느 날 강직하고 지혜로운 시중 한인공이 목종을 찾아와 천추태후 헌애왕후와 김치양이 벌이는 불륜행위와 김치양의 부정부패를 고하고, 일가친척이라도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는 천추태후의의 숙소인 태후전을 제 마음대로 들락거리는 그를 처벌할 것을 아뢰지만, 목종은 어머니가 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오히려 김치양의 벼슬을 합문사인 이라는 벼슬까지 내려 궁중을 무상출입 할 수 있도록 돕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러는 사이 김치양의 벼슬은 더욱 높아져 국가 재정에 관한 권한까지도 한손에 틀어쥐게 되자, 조정의 문무백관들조차도 김치양이 문하에 모여들기 시작하였고, 권력을 독점하면서 이윽고는 목종을 위협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목종은 김치양을 제거하려고 여러 조치를 취해보지만 김치양의 곁에는 튼튼하고 무너지지 않는 방어벽이 존재하고 있었으니 바로 목종의 어머니 천추태후였습니다. 어머니의 간섭 때문에 끝내 뜻을 이룰 수 없었던 목종의 심경은 어떠하였을까요.

 

자신의 정부가 아들 임금의 앞길을 막고 있는 장애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놈의 정과 육욕 때문에 정부에게 이끌려 다니는 자신의 심정도 그리 편하지는 못 하였을 겁니다. 아니면 사랑 때문에 이성을 잃고 눈이 멀어 버렸을 수도 있고요.

 

한때는 문무 양반과 군인전시과를 개정하고 과거시행법을 정하는 등 왕정체제의 확립을 꾀하기도 하였던 목종, 그러나 한나라의 지존인데도 정치를 농단하는 신하 하나를 처벌할 수 없다는 무력감 때문에서 인지 그는 실질적인 모든 권한을 어머니와 그녀의 정부에게 내주고 타락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데, 용모가 아름다운 유행간 이라는 젊은 관료와 동성애에 빠지게 됩니다. 목종의 탈선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유충정이라는 잘생긴 신하에게까지 이어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게 됩니다.

 

동서고금을 살펴보면 왕의 총애를 받는 이가 정치에 손을 뻗쳐 국정을 농단한 사례는 흔한 일입니다. 유행간과 유충정 역시 왕의 총애를 업고 정치에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김치양에 못지않게 부정부패를 일삼았고 정치를 좌지우지하였습니다. 조정백관들은 유행간과 유충정의 손짓이나 턱짓을 보아가며 그들의 지시를 따르고 한편으로는 김치양의 눈치를 살피면서 살길을 찾았을 것입니다 .

 

그들은 걸핏하면 왕명이라는 단서를 달고 관료들의 목을 자르거나 자기들 마음대로 새로 임명하는 등 모든 행동거지가 왕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방자하기 이를 데가 없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군왕의 권위나 친정은 찾아볼 수가 없고 올바른 건의를 할 만한 충신들은 몸을 사리게 되니 올바른 정치가 될 리가 만무하였습니다. 게다가 매관매직으로 승진한 간신 모리배들은 백성을 위한 정치하고는 거리가 멀었고 온갖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면서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급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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