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왕조실록

고려왕조실록 57 - 인종 1

이찬조 2021. 7. 31. 10:42

고려왕조실록 57 - 인종 1

* 분쟁의 씨앗

 

17대 인종은 예종과 순덕왕후 이씨의 맏아들로 이름은 해, 자는 인표입니다. 그는 1115년 예종 10년에 태자로 책봉되고, 1122년 예종이 승하하자 왕위를 계승하게 됩니다.

 

인종은 성품이 어질고 효성이 있었으며 너그럽고 인자하였는데 왕위에 올랐다는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그 내면에는 수많은 갈등 염려가 꽈리를 틀고 있었습니다. 예종에게는 여러 아우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인종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은근히 임금의 자리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과거에도 헌종의 삼촌 숙종이 조카의 왕위를 빼앗은 것을 알고 있는 인종은 그러한 걱정으로 항상 근심에 싸여 있었고 겁도 났던 것입니다.

 

당시 고려 조정을 살펴보면 어느 한편으로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극히 경계하였던 예종이 어느 한편으로 권력이 편중되지 않도록 정치를 해온 덕분에, 이자겸을 중심으로 한 세력과 임금의 총애를 바탕으로 세력을 키워온 한안인을 축으로 하는 관료세력이 서로 경계하며 힘을 나누어 갖고 있었습니다. 그중 한안인은 공공연히 예종의 동생 대방공 왕보를 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실 잘 알고 있는 인종은 즉위와 함께 두려운 마음에 한안인을 멀리하고 자신이 무난히 왕위에 오르도록 해준 공신이자 외할아버지이기도 한 소성군 개국백 이자겸에게 의지를 하게 됩니다. 특히 인종의 즉위 과정에서, 왕족인 대방공보를 비롯해 제위를 넘보려는 세력이 움직이자 이자겸이 황궁을 먼저 장악하여 태자가 보위에 오른데 공을 세웠기에 더욱더 인종은 이자겸을 의지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자겸의 이러한 행동은 정통군주에 대한 충성이라기보다는 3대에 걸쳐 누려온 외척으로서의 권세를 잃지 않으려는 측면이 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등극에서부터 외척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인종으로서는 이자겸의 전횡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차츰 그러한 이자겸에 대한 反感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이자겸의 딸이자 인종의 어머니인 순덕왕후 이씨의 소생인 인종은 어린 시절 외가에서 자라면서 외가 식구들과 정도 많이 들었기에 외가 측을 믿고 의지하게 된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자겸은 인주 이씨 가문의 자손들을 왕실과 혼사를 맺게 함으로서 권력의 기반을 더욱 확고히 하였습니다. 말하자면 혼맥을 이용해서 아예 권력에 쐐기 박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자연이 자신의 세 딸을 한꺼번에 문종에게 시집보낸 이래 80년 이상을 외척으로 굳건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왕실과 중복 혼인을 통하여 후비 귀인의 자리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였고, 그러다보니 왕실의 왕자나 그 소생들이 인주 이씨가 아닌 자가 드물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이자겸이 자신의 셋째와 넷째 딸을 비로 들이게 하자 인종의 반감은 극에 달하게 됩니다. 이자겸은 선대왕 예종의 장인으로 인종에게는 외조부가 되는 관계입니다. 그러다보니 인종은 자신의 이모와 결혼을 하게 된 꼴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자겸은 이제 고려에서는 왕 이상의 권력을 휘두르는 상왕과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는 평장사 척준경과도 사돈을 맺는 등 자신의 권력 기반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나 그들의 자손들을 인주 이씨 집안의 자손들과 혼사로 묶어 자신을 추종하도록 하였던 것입니다. 태조 왕건이 지방 호족들의 딸과 혼인으로 그들을 지배하였던 것처럼....

 

이자겸은 왕이 초라해 보일 정도로 권세가 높아졌고, 반대로 왕은 허수아비와 같은 존재가 되어갔습니다. 중요 요직에는 자신의 자식들과 친척들을 앉혔을 뿐만이 아니라, 뇌물을 받고 관직을 파는 행위를 서슴치 않았습니다. 또 자신의 아들인 승려 의장을 수좌라는 자리에 앉혀 불교계를 장악하고, 자신의 생일을 인수절이라고 부르게 도를 넘는 일을 일삼자, 인종은 더 이상 참지를 못하고 이자겸을 제거할 궁리를 하게 됩니다.

'고려왕조실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려왕조실록 59 - 인종 3  (0) 2021.08.01
고려왕조실록 58 - 인종 2  (0) 2021.07.31
고려왕조실록 56 - 예종 2  (0) 2021.07.31
고려왕조실록 55 - 예종 1  (0) 2021.07.31
고려왕조실록 54 - 숙종 2  (0) 2021.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