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왕조실록

고려왕조실록 129:終 - 공양왕3

이찬조 2021. 10. 30. 07:03

고려왕조실록 129:終 - 공양왕3

- 정몽주와 공양왕의 죽음 그리고 조선의 개국

 

그러나 이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으니, 이는 이성계에겐 또 하나의 날개, 다섯째 아들 25세의 젊은 피 이방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방원은 일반적인 무인의 아들들과는 달리 무과가 아닌 문과 과거에 급제한 문인에 속하면서도, 명분에 발이 묶인 다른 문인들과는 존재의 차원을 달리하는 담대한 인물이었습니다.

 

이방원은 “필요하면 먼저 행하고, 명분은 그 후에 만드는 것이다”라는 과단성을 갖춘 자로, 이성계, 정도전, 정몽주 등이 이방원의 이런 과단성을 과소평가한 것이 바로 이들 3인이 겪게 되는 엄청난 불행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젊은 피 이방원은 몸져누운 이성계를 개경까지 데리고 와 무력시위를 함으로써 정도전 등의 참수를 일시 정지시키는 한편, 비상한 시국에는 비상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며 결국 정몽주를 제거하기로 결심을 하게 됩니다.

 

한편, 정몽주는 이방원의 이런 내심도 모른 채 누워있는 이성계를 문병한다는 명분으로 이성계를 찾아 갔으니, 이는 이성계가 무리수를 둘 사람은 아니라고 믿었기 때문이었겠지만, 그의 아들인 이방원을 간과한 대실수였습니다.

이방원은 이성계를 문병하고 돌아가던 당대의 대학자이자 정치가인 정몽주를 선죽교 위에서 수하를 시켜 거침없이 척살을 해버리니이 때 정몽주의 나이 56세였습니다. 이방원은 이일을 계기로 이성계의 눈 밖에는 나게는 되었으나, 대신에 정도전 등과 어깨를 겨룰 만한 거물급 인물로 세간에 알려지게 됩니다.

정몽주의 죽음으로, 더 이상 이성계의 앞길을 막는 걸림돌은 사라졌고, 예정된 수순대로 개국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한편 귀양 갔던 이성계의 측근들이 속속 정계에 복귀하자 역성혁명의 분위기는 완전히 무르익어 기정의 사실로 굳어져가고 있었습니다.

이에 두려움을 느낀 공양왕은 이성계를 불러 들인 뒤 서로 해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자고 요구합니다.

공양왕의 측근 사예 조용이가 임금과 신하 사이의 맹세나 동맹이란 있을 수 없다고 고하였으나 공양왕은 더더욱 간절하게 맹세를 요구하였습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이성계도 조용에게 다음과 같이 이릅니다.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너희가 임금의 말대로 초안을 작성하라”

 

이에 조용이 물러나와 공양왕과 이성계 사이에 맺어질 다음과 같은 맹세문 초안을 작성하여 대령하였습니다.

“그대가 아니더라면 어찌 내가 이에 이를 수가 있었으랴? 그대의 공과 덕을 내가 잊을 수가 없도다. 천지신명도 이를 굽어보고 있을 것이다.

대대로 우리 자손이 서로 해치지 말 것이다. 내가 그대를 저버린다면 이 맹세를 증거로 하라.”

그러나 왕과 이성계 사이의 이 맹세는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역성혁명을 결심한 이성계와 측근들이 왕대비 앞으로 나아가 이렇게 위협을 가합니다.

“지금 왕이 암둔하여 임금의 도리를 이미 잃었고, 인심은 이미 떠났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직과 생령의 주인이 될 수가 없으니 폐위하기를 바랍니다.”

 

겁에 질린 왕대비는 즉각 교서를 받들고 공양왕의 폐위를 결정하여 버립니다. 이리하여 공양왕은 쫓겨나고, 이성계는 만조백관의 주청을 받고, 몇 번을 사양하는 척 폼을 재다가 56세의 나이에 슬그머니 보위에 앉으니, 태조 왕건이 창국한 이래 474년간 이어져온 고려왕조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이성계는 왕위에 오르자 체제를 정비하면서 향후 화근이 될 가능성이 있는 왕씨들의 씨를 말리겠다는 듯이 이런저런 사건을 만들어 왕씨들을 집단적으로 몰살해 버립니다.

이 때 일부 왕씨들은 전(全)씨나 옥(玉)씨로 성을 바꾸어 자손을 이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고려의 진짜 마지막 왕인 공양왕마저도 유배지 삼척에서 교살해 버리니 그의 재위기간은 2년 8개월이었으며, 향년 50세였습니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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