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삼국지 271 - 팔진도의 비밀

이찬조 2018. 4. 3. 11:38

0271-[박종수 삼국지] -팔진도의 비밀

 

 

“어르신이 제갈공명의 장인이셨군요.

그런데 적국의 장수인 저를 왜 도와주시는지요?

 

혹시....공명 승상께서 여비서라도 건드렸나요?

그 여비서가 화가 나서 Me too 선언을 했군요.“

그래서 장인께서는 공명에게 화가 나신거구요.

 

“아닐세......

내 사위는 평생 내 딸 월영외의 여자에겐 눈길 한번 주지 않는 착한 사람이야.

내가 자네를 돕는 이유는 촉의 황제 유비를 그만 추적하라는 뜻이야.

 

이번 이릉대전에 내 사위가 함께 출전했더라면, 동오는 무너졌을지도 모르네.

 

그러나....지금 촉의 황제는 패했고,

딱하게도 도주 중이네.

 

그러나 자네가 그분을 끝까지 추적하여 해친다면...

북쪽의 조비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오나라 국경을 침범할 것이네.

 

그 땐 자네의 힘으로도 조비의 군사들을 막아내지 못해.

그러니 이쯤에서 군사를 돌려 국경 경비에 힘을 쏟게“

 

“어르신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가장 염려하는 것도 조비가 이 틈을 타 쳐들어올 경우입니다.

 

그런데....어르신

아까 그 돌무더기가 춤을 추며 사람에게 달려드는 건 무슨 조화입니까?“

 

“그건 나도 잘 모르네...

아마 사람의 착시 현상일거야.

 

내 사위가 돌 무더기를 쌓아 두었으나

날이 쾌청하고 훤한 대 낮에는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네

 

그러나 오늘처럼 바람이 부는 황혼 무렵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지.

그걸 팔진도라고 하는데 ....

 

난 그저 그 미로에서 빠져 나오는 길만 알고 있을 뿐이야.

 

육손은 황승언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한 후 군사를 돌려 동오로 돌아갔습니다.

 

그럼 여기에서......

육손을 꼼짝 못하게 했다는 '팔진도'란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패전의 아픔으로 몸과 마음에 병이 찾아온 유비가 자룡을 보내 공명을 불러오게 합니다.

성도로 승상을 모시러 온 조자룡이 팔진도에 대해 물었습니다.

 

“승상....전 폐하를 모시고 승상의 분부대로 어복포를 통과하였습니다.

어복포에 들어서자 많은 돌무더기가 쌓여있고 길이 미로처럼 복잡하더군요.

 

그러나 저는 승상께서 주신 지도를 보면서,

그 곳에 표시된 길을 따라 쉽게 빠져나왔습니다.

그러나 육손은 그 팔진도에 갇혀 꼼짝을 못했다고 하더군요.“

 

“그렇소. 언젠가는 위기가 닥칠 때를 대비해 내가 어복포에 팔진도를 배치해 두었지요.

팔진도는 손자병법에 등장하는 팔진법과 같은 원리입니다.

 

다만 군사대신 돌무더기를 쌓아두고

휴(休)· 생(生)· 상(傷)· 두(杜)· 경(景)· 사(死) 경(驚) . 개(開)라는 8개의 문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팔진도는 여덟 무더기의 돌탑이 하나의 진(陣)을 이루며,

다시 여덟 개의 진(陣)이 모여 거대한 부대와 맞먹는 하나의 <큰 진>이 완성됩니다.

 

<큰 진>은 440개의 돌덩어리이며 , 팔진을 모두 합치면 3,520개의 돌이 됩니다.

육손이 길을 잃은 이유는 바로 착시현상 때문이지요.

 

오르막인 줄 알고 따라가면 오히려 낮은 곳으로 가게 되어있고,

길이 넓어진다고 생각하고 따라가면 오히려 점점 좁아져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게 됩니다.

 

한번 길을 잃으면 좀처럼 제자리를 찾을 수 없게 만들어져 있지요.

멋모르고 들어선 병사들을 크게 당황하며 겁에 질리게 됩니다.

 

여기에 팔진도 안의 길을 미로처럼 꾸며 놓아 효과는 더욱 컸지요.

 

돌무더기를 눈높이 정도로만 쌓아도 .....

그 안을 지나는 사람은 자신이 가는 곳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커집니다.

 

평상시라면 착시현상에 몇 번이고 속지는 않을 테지만,

불안감이 커지면 속임수에 더 쉽게 빠질 뿐더러 점점 당황하게 되지요.

 

거기에 바람이 부는 황혼녘에는 마치 돌들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착각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사람의 눈을 속이는 것은 잠깐이지요.

육손 정도의 능력있는 장수라면....하룻밤을 지내고

날이 밝으면....

착시현상에서 벗어나 다시 폐하를 추적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제 장인을 그곳에 보냈지요.

장인은 제 팔진도의 미로를 벗어나는 법을 알고 계시며,

또 노인이라 육손이 해칠 염려도 없기 때문이죠.

 

제 장인께서는,

<만약 자네가 폐하를 끝까지 추적하여 해치게 되면 위나라 조비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동오의 국경을 침범해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고 설파했지요.

 

제 예상대로 육손은 그 설득에 넘어가 군대를 철수하였고,

폐하께서는 안전하게 백제성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승상....승상의 책략은 진정 신(神)을 능가하고 남습니다.

어떻게 그런 놀라운 방법을 생각하셨는지요?

 

“과찬의 말씀입니다.

이제 폐하께서 부르신다니 빨리 백제성으로 갑시다.

몸도 마음도 쇠약해지신 폐하를 알현해야죠“

 

공명은 유비의 아들들을 데리고 백제성으로 출발하군요.

이야기는 내일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