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실록(46)> 중종 5- 기묘사화(己卯士禍)(2)

이찬조 2021. 4. 6. 05:01

<조선왕조실록(46)> 중종 5
- 기묘사화(己卯士禍)(2)

홍경주는 어느 날 밤 중종을 찾아가 조광조의 권세와 인기가 이미 임금을 능가하였고, 이에 공신들이 크게 걱정을 하고 있으며, 시중에는 조광조가 왕이 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말을 하는 등 가뜩이나 불안해하는 중종에게 겁을 주었습니다.

야사에는 홍경주의 딸 희빈 홍씨가 시녀들을 시켜 나뭇잎에 벌꿀로 ‘주초위왕(走肖爲王)’이라는 글씨를 쓰게 한 후 벌레가 갉아먹은 나뭇잎을 임금에게 들고 가 아뢰었다고 하나 이러한 이야기는 너무 작위적인데다 이야기 자체가 선조 이후에 등장하는 것임에 비추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홍경주가 중종에게 주초위왕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의미의 참언을 입에 올려 중종의 마음을 크게 흔들어 댄 것은 사실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하튼, 조광조 세력의 과격하고 급격한 밀어붙이기식 일 추진에 가뜩이나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껴오던 중종은 홍경주의 말을 듣고, 사방이 조광조의 수족인데 무슨 방법이 있겠느냐고 하문하였고, 홍경주는 임금이 조광조를 치는데 뜻이 있다는 밀지를 내린다면 남곤, 심정 등 충신들과 일을 성사시키겠다는 답을 하였습니다.

이에 중종은 홍경주, 남곤, 심정 등에게 “정국공신을 모두 내친다면 경들은 어육이 될 것이고, 그 다음엔 과인에게 화가 미칠 것이다. 이미 간당이 이루어졌고 임금은 고립되었으므로 함께 꾀하여 그들을 제거하고 종사를 안심시키도록 하라”는 취지의 밀지를 여러 차례 내렸습니다.

그 후 중종과 홍경주 등은 은밀히 조광조 제거 시나리오를 짜고, 신하들이 조광조의 죄를 청하는 글을 미리 지은 후 그 밑에 대신들의 이름을 마음대로 적어 놓았습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조광조 등은 저희끼리 붕당하여 권세 있는 요직을 모두 차지하였고, 뜻이 다른 자는 배척하였으며, 위를 속이고 사정을 행사하기를 가리지 않고, 후진을 유인하여 젊은 사람이 어른을 능멸하고 천한 사람이 귀한 사람을 방해토록 함으로써 국세가 전도되게 하였다.
- 이에 조정이 모두 속으로는 분개하였으나 그 세력이 치열한 것이 두려워 입을 열지 못하고 조심하기에 급급했다.

중종은 어느 날 밤 조광조의 측근인 승지를 전격 교체하고 조광조 세력 대부분을 금부에 하옥하도록 하는 어명을 내린 후 입시한 중신들에게 위와 같이 미리 작성해 놓은 문안을 보여주었고, 이어서 대신들과 성균관 생원들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광조 등을 모두 외방에 유배조치하기로 하였습니다.

옥에 갇힌 조광조 등은 아무리 생각해도 중종의 돌변을 이해할 수 없었는지 “천문이 멀어서 생각을 다 아뢸 길이 없사오나 잠자코 죽는 것은 참으로 결딜 수 없사오니 한 번만 친히 국문해 주옵시면 만 번 죽더라도 한이 없겠사옵니다”라는 옥중상소를 올렸습니다.

조광조는 자신이 직접 임금에게 조목조목 해명을 하고 설득을 하면 오해가 풀릴 것으로 기대를 하였겠으나, 본질은 임금의 오해가 아니라 지나치게 비대해지는 세력을 쳐 냄으로써 왕권을 온전히 유지하겠다는 정치적인 것이었으므로, 결국 조광조의 기대는 허망한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아랫 것이 너무 잘나면 안돼~
오히려 웃전의 사랑이 독이 되는 날이 오니까...
몸을 낮추고, 겸손하게, 시시콜콜 보고하고~

일을 도모함에, 너무 앞서가거나, 급진적이거나 하면 중생들의 이해는 뒤에 오고 .........
결국 험한 일을 당하나보다.

조광조도 이런 속성을 간파하지 못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