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실록(151)> 고종 9 - 대원군의 실각(3)

이찬조 2021. 5. 30. 21:59

<조선왕조실록(151)> 고종 9 - 대원군의 실각(3)

 

최익현이 실로 과감하게도 살아 있는 권력 대원군의 하야를 요구하자 즉각 대신들이 최익현의 국문을 청하였습니다.

 

- 아래 부분의 흉언은 인륜의 큰 변괴이옵니다.

 

재미있는 것은 대신들이 최익현을 성토하면서도 ‘아래 부분의 흉언’이라고 할 뿐 대원군의 하야를 주장한 것이 문제라는 식의 성토를 대놓고 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최익현을 성토하지 않았다가 대원군의 눈에 날 것이 두려워 나서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대원군 하야 주장 부분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다가 고종이 친정이라도 하는 날에는 낭패를 볼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 줄 서기가 참으로 고약하다!

 

고종은 최익현을 성토하는 신하들의 상소를 받고 다음과 같은 조치를 내렸습니다.

 

- 국청은 하되 형장은 가하지 말라.

- 시골 사람이 뭘 몰라 한 말이니 더 심문할 것 없이 위리안치하라.

 

대원군이 마냥 어리게만 봤던 아들에게 한 방 먹은 것입니다. 아들의 뒤에 중전이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러나 어이없는 이 상황을 타개할 묘책이 없었습니다.

 

대원군은 운현궁을 떠나 양주의 별장으로 들어갔습니다. 흔히 이러한 행보는 고도의 정치행위로서 대원군이 바라던 바는 이런 것이었을 것입니다.

 

- 대원군을 돌아오게 하소서. 불효를 멈추시옵소서.

 

그러나 누구도 나서지 않았고, 일부 문제점을 지적하는 자가 있었으나 오히려 고종은 가차 없이 이 자를 귀양 보내 버렸습니다.

 

대원군은 이렇게 허망하게 권력을 잃고 말았습니다. 강력한 권력을 한 손에 쥐고 있었기에 누구도 자신에게 맞설 수 없을 줄 알았는데 한 순간에 모든 것이 허물어졌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근본적인 원인은 대원군 자신에게 있었습니다. 그는 왕조국가의 기본명제를 너무 가벼이 보았습니다.

 

왕조국가에서 권력은 온전히 임금의 것! 오래도록 권력의 정점에 섰지만 그 권력은 임금으로부터 양해 받은 것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을 간과한 것입니다.

 

- 아빠가 일단 알아서 잘 해줘요~~

 

아들이 크면 물러나야 하는 것인데도 대원군이 이런 순리를 인정하지 않은 데에 그 원인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대원군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 내 이 요망한 계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