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실록(150)> 고종 8 - 대원군의 실각(2)

이찬조 2021. 5. 30. 21:57

<조선왕조실록(150)> 고종 8 - 대원군의 실각(2)

 

대원군은 10여년간 권력을 한 손에 쥔 채 대내적 개혁과 대외적 대응을 주도하였습니다.

 

임금도 아닌 대원군의 독주에 불만분자들이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었습니다.

 

우선 고종의 불만이 가장 컸습니다. 성인이 된 군주가 왕권을 직접 행사하고픈 건 본능이라 하겠습니다.

 

속으로만 끙끙 앓는 고종에게 영민한 중전이 위로 겸 염장을 질렀습니다.

 

-고금을 통 털어 성인이 된 임금을 대신해 아버지가 왕권을 행사한 적은 없나이다. 전하께서 친정을 하지 못하는 것은 종사에 죄를 짓는 것이옵니다.

 

이 일로 고종은 중전의 영민함에 매료되었고 어느덧 안팎의 일을 중전과 상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다음으로 대원군의 형 흥인군의 불만이 만만찮았습니다. 그 아들의 출사가 대원군으로 인해 막히자 불만은 고조에 이르렀습니다.

 

-따지고 보면 내 아들이 임금이 되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대왕대비의 조카 조영하 등도 불만분자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 누구 덕에 대원군에 올랐는데 우리를 홀대하는가

 

그러나 이들의 불만을 모두 합쳐도 사대부들의 불만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대원군은 사대부의 나라 조선에서 사대부의 허락도 없이 양반에게 호포제를 적용했고, 만동묘, 사원. 비변사를 감히 철폐했습니다.

 

그럼에도 대항 한 번 못한 채 10년을 엎드려 지냈으니 그 속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고 남음이 있다 하겠습니다.

 

드디어 고종 10년 고종 나이 22세, 최익현이 소를 올렸습니다.

 

최익현은 만동묘, 서원의 폐지, 토목공사의 폐해 등을 조목조목 지적한 후 다음과 같이 누구도 입밖에 내지 못하던 말을 내던졌습니다.

 

- 이 성현을 변란시키는 여러 문제는 실로 전하께서 아직 정사를 돌보지 않던 시기에 생긴 일이니 전하께서 초래하신 것이 아닙니다. 전하께오선 지금부터 임금의 권한을 발휘하시고, 다만 '그 지위에 있지 않고 종친의 반열에 있는 사람’은 그 지위만 높여주시고 나라의 정사에는 관여하지 못하게 하소서‘

 

최익현의 주장은 사대부 특히 노론의 기득권적 요구를 대변한 것으로 다소간의 논란으로 치부할 수도 있는 것이었으나, 문제는 상소 후단에 나와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즉 그 내용은 누가 보아도 결국 살아 있는 권력 대원군의 하야를 요구한 것이니 이로 인해 조정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