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왕조실록

고려왕조실록 64 - 의종 3

이찬조 2021. 8. 3. 18:39

고려왕조실록 64 - 의종 3

* 왕권회복을 위한 노력

 

부왕 인종이 그러하였듯이 의종 역시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문벌 귀족으로부터 왕권을 되찾고자 무던히 애는 썼습니다.

 

기실 자신의 즉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정습명이었지만, 의종의 눈에 비친 그는 문벌 귀족의 앞자리에서 서서 자신의 왕권행사를 방해하는 인물에 지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부왕 인종의 유훈에 따라 정습명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는 하였으나, 어찌되었던지 간에 의종으로서는 정습명을 비롯한 문벌 귀족들을 멀리하면서 자신의 친위세력을 키워가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의종이 선택한 문벌 귀족의 퇴치와 왕권회복의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친위세력이 미약하다보니 의종이 시도한 방법은 환관과 내시를 중심으로 친위세력 그리고 일부 무신들을 친위부대로 형성하는 것이었는데, 그만큼 그의 주위에는 그를 따르는 문신귀족이나 신료들이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환관과 내시를 끌어들이며 의종이 행동에 나서자 문벌 귀족들은 다 같이 들고 일어나 왕의 처신을 비판하고 나섭니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지만, 의종은 나 몰라라 하며 환관과 내시들에게 정사를 대신하게 하고, 어릴 때부터 즐겨왔던 격구경기나 관람하며 정사를 등한시하게 됩니다.

 

이처럼 어수선한 정국이 이어지자 지어사대가 문공유와 좌정언 정지원이 합문 밖으로 나가 사흘을 버티면서, 방만한 정치의 원인을 제공한 환관과 내시들에게 벌을 내릴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이에 의종은 고집스레 버티다가 그들의 요구대로 7명의 환관과 내시들을 유배를 보내고 사태를 마무리합니다.

 

무관 관료들의 기세에 밀려 환관 몇 명을 귀양을 보내는 등 잠시 주춤하기는 하였으나, 의종은 다시 김존중과 정서를 측근으로 불러들이면서 친위세력을 키워나가게 됩니다. 김존중은 정습명이 잘못하고 있다고 밤낮으로 트집을 잡아온 인물이었습니다.

 

항상 맨 앞에 서서 임금을 꾸짖어 대는 정습명이 이제는 옛정을 떠나 미움이 더 앞서 있었던 의종은 그의 관직을 빼앗아 김존중에게 주어버립니다.

 

김존중이 자신의 직무를 대신하는 것을 보고 왕의 의도를 짐작한 정습명은 독약을 먹고 자결하여 버립니다.

 

이일로 인하여 문신 관료들이 위축된 모습을 보이자, 왕의 곁에는 아첨쟁이들이 몰려들었고 이에 왕은 더욱 방만해져 놀이만을 일삼았습니다.

 

한번은 왕이 귀법사에 갔다가 말을 달려 달령의 다원(茶園)까지 가보았는데, 시종하는 신하들이 아무도 따라오질 않았습니다.

 

의종은 홀로 기둥에 기대어 서서 측근들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이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만약에 정습명이 살아 있다면 어찌 내가 이렇게 행동하게 되었겠는가?”

'고려왕조실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려왕조실록 66 - 의종 5  (0) 2021.08.04
고려왕조실록 65 - 의종 4  (0) 2021.08.04
고려왕조실록 63 - 의종 2  (0) 2021.08.03
고려왕조실록 62 - 의종 1  (0) 2021.08.02
고려왕조실록 61 - 인종 5  (0) 2021.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