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왕조실록

고려왕조실록 68 명종 1

이찬조 2021. 8. 9. 06:57

고려왕조실록 68  명종 1

- 무신정권이 세운 임금.

 

명종(明宗)의 이름은 왕호(王晧), 자는 지단(之旦), 원래 이름은 왕흔(王昕)입니다. 인종의 셋째 아들이자 선왕 의종(毅宗)의 친동생으로 1131년 인종9년 10월 경진일에 태어났습니다. 의종 2년에 익양후(翼陽侯)로 책봉되었으며, 1170년 9월 기묘일 거사가 성공했음을 확신한 정중부가 의종을 폐위시키고 나서, 군사들을 이끌고 의종의 동생 왕흔을 찾아가 왕위에 오를 것을 요청(말이 요청이지 실은 통보나 다름없는--- )합니다. 당시 왕흔은 40세로 세상사를 잘 판단 할 수 있는 나이였지만 약간 우유부단한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아무튼 그는 무신들에 의해 선택되어 대관전(大觀殿)에서 즉위식을 갖게 됩니다.

 

명종은 즉위하자마자 곧 수문전(修文殿)에 나아가 정중부를 참지정사(參知政事)로, 이고(李高)를 대장군위위경(大將軍衛尉卿)으로, 이의방(李義方)을 대장군전중감(殿中監)으로 임명하는 등 자격과 서열을 무시하고 반란의 주체세력들이 원하는 대로 관직을 내려주었습니다. 뿐만이 아니고, 문관직과 무관직에 관계없이 정중부 일파가 바라는 대로 관직을 임명하였습니다.

 

형이자 선왕인 의종은 도참(圖讖)을 믿고 동생들을 멀리했습니다. 그런데 명종이 잠저에 있을 때 전첨 최여해가 신기한 꿈을 꾸었다며 찾아 온 적이 있었는데, 최여해가 들려준 꿈 내용이 명종의 가슴을 덜컥 내려앉게 하였습니다. 최여해가 꿈에서 명종에게 홀(忽, 신하가 임금을 만날 때 손에 쥐던 물건)을 주니 명종이 그것을 받아 가지고 용상으로 올라앉았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명종이 장차 왕이 될 것이라는 꿈이었지요.

 

“아예 다시는 말을 말아라. 이는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중차대한 일이니 임금의 귀에 들어가면 나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아무튼 신기하게도 최여해의 꿈이 맞아 떨어져 명종은 왕이 됩니다. 훗날 이의민을 극구 개경으로 입성토록 청한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무능력하고 우유부단하기 이를 데가 없는 인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기에 무신의 핵심들은 명종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똑똑한 왕을 세우면 귀찮아지니까. 

 

돌이켜보면 인종과 의종은 문벌 귀족들에게 빼앗긴 왕권을 되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인 바가 있었었습니다. 그러나 그토록 염원하던 일이 무장 반란을 일으킨 무신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그 또한 그들이 내세운 꼭두각시 왕이다 보니, 드넓은 궁궐에서 일없이 홀로 용상이나 지키는 처지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래도 전왕들은 왕권을 찾기 위해 스스로 노력을 하거나 문신들에게 과시라도 할 수 있었다지만, 명종은 그저 숨죽이며 무신들의 눈치나 살피며 살아가야 하는 삶만이 남아있었습니다. 권력을 장악하고 의종을 잔인하게 죽여 버리는 그들이고 보면, 도대체 어떤 구실을 가지고 자기 목숨을 거두어 가려는지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하루하루였습니다.

 

이렇게 허수아비가 되어 버린 명종이 정중부와 이의방, 이고의 초상을 벽에 붙여놓고 벽상공신으로 삼아 눈치를 살피는 동안, 나라의 모든 크고 작은문제들은 무신들이 설치한 중방(重房)에서 결정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사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최고의 자리에 올라 단맛에 흠뻑 취해버린 그들은 서로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고 다툼을 벌이기 시작합니다. 결국 욕심이 그들의 틈을 벌어지게 만들었고 모든 것을 잃게 만든 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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